최정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KB금융지주의 1분기 순이익이 지난해보다 11% 감소했을 것으로 추정하며 그 이유로 비이자부문 악화를 꼽았다.
특히 KB증권은 1분기 순이익이 거의 발생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최 연구원은 “KB증권의 주가연계증권 및 파생결합증권 판매 규모는 7조 원 안팎으로 이 가운데 40%가 자체적으로 헤지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주가지수 급락에 따른 마진콜(추가 증거금 납부 요구) 발생이 손실로 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변동성이 높은 구간에서는 파생결합증권 운용손실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최 연구원은 파생결합증권 운용손실은 자체 헤지 규모가 큰 다른 증권사들도 마찬가지겠지만 분기 순이익 규모가 다른 회사보다 작은 KB증권은 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더 크게 받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본 건전성을 놓고 우려가 높아지면서 신용등급 전망이 잇따라 하향조정되고 있는 점 역시 부담스러울 것으로 보인다. 최근 무디스는 KB증권을 비롯한 국내 6개 증권사를 신용등급 하향조정 검토 대상에 올렸다. 신용등급이 하락하면 자금조달비용이 늘어나 실적에 부담이 된다.
해외부동산 투자도 위험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KB증권도 해외 빌딩과 물류창고 등에 투자를 확대해 왔다. 그러나 코로나19 여파로 해외부동산시장이 얼어붙었다.
이른바 ‘라임사태’ 역시 뇌관으로 꼽힌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라임자산운용 환매중단사태와 관련해 KB증권을 대상으로 서면검사를 진행했다. KB증권이 지난해 초 라임펀드의 부실을 사전에 인지하고도 이를 고객들에게 판매했는지를 집중적으로 확인하기 위해서다.
그동안 KB금융지주는 잇따른 금융사고를 모두 피하며 ‘무풍지대’에 놓여 있었는데 자칫 의혹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KB증권을 넘어 KB금융지주의 이미지 하락 역시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KB증권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KB금융지주의 비은행 주력계열사 3곳 가운데 가장 많은 기대를 받았다. KB증권의 수익성이 아직 규모를 따라오지 못하고 있는 만큼 ‘정상화’ 가능성이 높고 영업환경 역시 다른 비은행 계열사보다는 나아 보였기 때문이다.
김기환 KB금융지주 최고재무전문가(CFO) 부사장은 지난해 KB금융지주 실적을 발표하며 “KB손해보험과 KB국민카드는 영업환경이 좋지 않아 의미있는 실적 개선이 어려울 수 있다”며 “증권 쪽에 중점을 두려고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 악재가 터지면서 당장 KB금융지주의 눈높이를 맞추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전임 사장들에게 합병 초반의 조직 안정이라는 역할이 주어졌다면 박정림 사장과 김성현 사장은 KB증권을 이름과 덩치에 걸맞은 조직으로 탈바꿈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어 더욱 어깨가 무거울 것으로 보인다.
KB증권은 지난해 1월부터 박정림 사장과 김성현 사장이 각자대표체제로 이끌고 있다. 박정림 사장이 자산관리, 세일즈앤드트레이딩(S&T), 경영관리부문을 맡고 김성현 사장이 투자금융, 홀세일, 글로벌사업부문과 리서치센터를 총괄한다.
KB증권은 출범한 뒤 줄곧 규모와 비교해 수익성이 떨어져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실제 KB증권의 자기자본은 4조 원을 훌쩍 웃돌지만 순이익 규모는 자기자본 규모가 비슷한 증권사들보다 떨어지는 편이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2016년 3월 1조2500억 원이라는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금액을 써내 현대증권(KB증권)을 인수했다. 그 뒤 통합작업을 거쳐 같은 해 12월 KB증권이 출범했다.
LIG손해보험(KB손해보험) 인수는 전임 회장이 시작해 윤 회장이 마무리했다면 KB증권 인수는 처음부터 끝까지 윤 회장의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당시 윤 회장은 대우증권 인수에 실패했던 경험을 거울삼아 현대증권을 반드시 인수해야 한다고 이사회를 설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증권 매각공고가 나자마자 사외이사를 소집하고 인수조직을 재정비하는 등 매각을 치밀하게 대비했다.
KB증권 인수는 KB금융이 신한금융을 제치고 9년 만에 1위를 되찾는 데도 크게 기여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