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급락을 거듭하다 오랜만에 반등했지만 최근 2년 반 동안 내리막길을 걸은 주가를 보면 새 발의 피다.
삼성생명 주가는 2017년 11월 장중 13만8500원을 찍은 뒤 2년 반 동안 꾸준히 떨어졌다.
최근 1~2주일 사이의 주가 급락은 코로나19에 따른 것인 만큼 삼성생명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그 전에도 이미 주가가 하락세를 보였다는 점을 볼 때 코로나19 탓만 하기는 쉽지 않다.
삼성생명은 5월 상장 10년을 맞는다.
삼성생명은 2010년 5월 국내 증시 역사상 최고공모액을 끌어모으며 화려하게 상장했다. 당시 삼성생명의 적정가치가 10만3천 원이라는 시장의 분석이 나왔지만 공모가는 이보다 높은 11만 원에 정해졌다.
삼성생명은 상장 첫날 시가총액 22조8천억 원을 기록하며 삼성전자, 포스코, 현대차에 이어 시가총액 4위에 올랐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삼성생명 상장의 가장 큰 수혜자로 꼽혔다. 이 회장은 당시부터 지금까지 삼성생명 최대주주를 유지하고 있다. 이 회사 지분 4151만9180주를 보유하고 있어 삼성생명 주가가 가장 높았던 2017년 11월 이 회장의 지분가치가 무려 5조8천억 원에 이르렀다.
그러나 삼성생명 주가가 떨어지면서 이 회장의 지분가치는 현재 1조5천억 원 수준에 그친다.
주가 하락의 원인을 삼성생명 내부에서만 찾기 어려운 만큼 전 사장도 주가부양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삼성생명 주가는 최근 몇 년 동안 규모나 위상, 실적이나 업황 등과 비교해서도 이해하기 어려울 만큼 낮은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럼에도 전영묵 사장은 전임 사장들과 달리 삼성생명에만 30년 가까이 몸담은 보험전문가라는 점에서 안팎의 기대를 받고 있다. 전 사장은 최근 5년 동안 삼성자산운용 대표를 지내기도 했다.
전 사장이 처음 대표이사로 내정되자 삼성그룹이 자산운용전문가를 대표로 내정해 저금리를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는 해석이 나왔다. 삼성생명의 자산운용 수익률은 3.6%로 생명보험업계 평균 3.5%보다 0.1%포인트 높은 수준에 그친다.
전 사장은 우선 보험료 인상, 공격적 투자 등을 통해 실적 회복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최근 열린 컨퍼런스콜에서 유호석 삼성생명 경영지원실장(CFO)은 “그동안 보수적 운용이라고 비판받아왔지만 앞으로는 공격적이고 적극적으로 운용에 나서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실적 회복이 주가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다. 증권가는 삼성생명 주가가 너무 저평가됐다고 보면서도 주가가 오를 가능성을 놓고 회의적 의견을 보이고 있다.
삼성생명 주가가 하락한 원인은 복합적이다.
최근의 주가 급락은 기준금리 인하의 영향이 크다. 초저금리로 생명보험사들이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커진 탓이다. 기준금리가 한 번에 0.50%포인트나 인하됐는데 추가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도 언제든지 열려있다.
몇 년 사이 저출산, 저성장, 저금리 등 생명보험사를 둘러싼 영업환경이 꾸준히 악화하면서 수익성이 악화한 점도 삼성생명 주가를 꾸준히 끌어내린 요인으로 꼽힌다.
삼성생명의 지난해 순이익은 9774억 원으로 전년보다 41.3% 감소했다. 삼성생명 순이익이 1조 원을 밑돈 것은 2012년 이후로 7년 만이다. 2018년 삼성전자 주식 매각에 따른 일회성 요인을 제외해도 순이익 감소폭이 20% 수준이다.
삼성생명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높아진 점을 주가 하락의 요인으로 보는 시각도 자리잡고 있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17)과 K-ICS등 관련 규제는 강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그룹통합감독시스템,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재편 등 정책 리스크가 겹쳤다는 것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