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이 제약회사 드림파마를 매각하기로 결정한 것을 계기로 국내 제약업체에 인수합병이 불어 닥칠지 주목된다. 막대한 연구개발이 없는 상황에서 생존이 불가능한 만큼 제약업계도 인수합병을 통해 규모를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30일 투자은행(IB)업계와 제약업계에 따르면 지난 28일 실시한 드림파마 인수 예비입찰에 JW중외제약 등 8곳의 인수후보자가 인수의향서를 냈다. 국내 전략적 투자자 3~4곳과 사모펀드 3~4곳, 해외 투자자 1~2개사가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드림파마 인수전은 오는 5월 중순에 1차로 인수후보자가 결정되면서 윤곽이 드러난다.


◆ 한화그룹 드림파마 왜 내놓았나


드림파마는 한화케미칼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드림파마는 1996년 한화그룹의 의약사업부로 첫걸음을 뗐다.


  대기업들은 왜 제약사업을 포기할까  
▲ 방한홍 한화케미칼 대표이사 사장
1990년대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너나없이 제약사업에 적극 나섰다. 하지만 제약시장 특성상 천문학적인 연구개발비가 투입되어야 했다. 연구개발비를 쏟아 부어도 신약개발에 성공하기 힘들었다. 이에 부담을 느낀 대기업들은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적은 제너릭(복제약) 약품에 집중했다. 한화그룹도 마찬가지 선택을 했다.


드림파마의 매출은 2009년부터 떨어지기 시작했다. 2009년 1230억 원이던 매출액이 2012년 854억 원으로 떨어지다가 지난해 조금 오른 수준에 머물고 있다.


매출이 떨어진 원인은 2011년 불법 리베이트가 적발돼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드림파마는 2012년에 세무조사를 받는 등 이미지에 타격을 입었다. 또 주력상품인 복제약은 저가경쟁이 불가피한데다 국내 약품가격도 인하돼 수익성이 점점 떨어졌다.

이에 따라 한화그룹은 한화케미칼에서 제약분야를 과감히 떼내고 태양광사업에 집중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한화케미칼은 드림파마 매각자금으로 재무건전성 개선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드림파마 새주인은 무엇을 얻을 수 있나


한화그룹은 2010년부터 복제약 분야에 치중한 사업구조에서 빠져나올 필요성을 느꼈다. 개량신약 연구개발 위주로 사업방침을 돌렸다. 전문가들은 다소 뒤늦은 결단에도 불구하고 연구개발 부문에서 꽤 성과를 내고 있다고 본다.

드림파마는 지난해 9월 골다공증치료제 ‘본비바 플러스’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이 약은 스위스 유명제약기업 로슈의 엄격한 품질관리를 통과했다. 드림파마는 이 연구개발 성과로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드림파마 관계자는 “내년 초 항혈전제에 대해 허가를 낼 것이며 고지혈 및 고혈압 치료제 개발 등 연구개발에도 성과를 내고있다”고 말했다.


국내 제약업체들은 신제품 발굴이 시급한 상황이다. 연구개발이 시간이 부족하다면 신제품을 보유한 기업을 인수합병해야 한다.


JW중외제약도 이런 맥락에서 이번 인수전에 뛰어든 것으로 보인다. JW중외제약 관계자는 “드림파마를 인수할 경우 복제약사업이 취약한 중외제약에 시너지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에 인수전을 참여한 곳들은 사모펀드 등 투자사가 다수 있다. 올해 정부가 기업간 인수합병 활성화 대책을 내놓으며 참여가 수월해졌기 때문이다. 또 일본 제약회사들도 한국에 제약생산 설비를 두는 목적으로 드림파마를 노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기업들은 왜 제약사업을 포기할까  
▲ 한화 드림파마는 지난해 9월 (주)한국로슈와 공급계약을 체결했다.<출처=드림파마 홈페이지>

◆ 인수합병 피할 수 없는 제약업체


최근 들어 대기업들이 제약사업을 잇따라 포기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지난해 말 태평양제약을 한독에 매각하면서 제약사업을 접었다. 롯데제과도 2011년 롯데제약을 흡수합병하면서 의약품사업을 포기했다.

대기업 계열의 제약회사들은 그동안 연구개발비 투자는 꺼리고 복제약에만 안주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게 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제약산업은 장기적 안목으로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진행해야 한다”며 “적극적 투자없이 단기수익만 추구하면 대기업이라도 고전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내 제약산업은 15조 원 규모다. 이 시장을 260개 제약업체들이 나눠먹고 있다. 이 때문에 매출이 1조 원이 넘는 제약기업은 한 군데도 없다. 매출 2천억 원 이상 규모도 20 개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 막대한 연구개발비를 투입하지 못하는 만큼 제약기업끼리 합병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 제약기업 사장은 “은행에서 돈을 빌려가며 신약개발을 한 것도 아니라서 금융권과 같은 외부에 의한 구조조정도 불가능하다”며 “이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제약회사들끼리 인수합병을 적극 검토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