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이통통신3사의 시가총액을 살펴보면 2위와 3위인 KT와 LG유플러스의 시가총액 격차가 점점 좁혀지고 있다.
올해 첫 거래일인 1월2일 종가 기준 KT와 LG유플러스의 시가총액은 각각 6조9719억 원, 6조471억 원이다.
하지만 3월19일 종가 기준 두 회사의 시가총액은 각각 4조6478억 원, 4조1172억 원이다.
시가총액 차이가 1조 원 가까이 벌어졌다가 석 달이 채 지나지 않아 5천억 원대로 좁혀진 것이다.
최근 주가의 하락은 코로나19(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에 따른 세계적 금융위기 때문으로 설명할 수 있다.
하지만 뒤를 쫓아오는 경쟁사와 시가총액 차이가 좁혀지고 있다는 것은 KT로서 뼈아픈 대목이다.
구현모 사장이 30일 열리는 KT의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에게 주주가치와 기업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는 구체적 방안을 내놓을지 시장의 시선이 몰린다.
특히 현재 KT가 진행하고 있는 사업 가운데 불확실성이 높은 사업이 많은 만큼 이 사업들과 관련된 구체적 방향을 주주들에게 제시하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KT는 2019년부터 줄기차게 케이블TV(SO) 사업자인 딜라이브의 인수를 추진해왔다. 하지만 국회에서 유료방송 합산규제 재도입 논의가 길어지면서 KT는 현재 딜라이브 인수를 잠정 중단했다.
문제는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등 경쟁사들이 KT가 멈춰있는 동안 인수합병을 통해서 KT의 점유율을 추격하고 있다는 점이다.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는 각각 티브로드와 LG헬로비전을 인수하면서 KT와 점유율 격차를 6~7%포인트 차이로 좁혔다. 두 회사가 KT와 점유율 격차를 더 좁히기 위해 추가 인수합병을 검토하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하지만 KT는 딜라이브 인수를 재개할 수 있을지 장담하지 못한다.
구현모 사장이 인수합병보다 KT 유료방송사업 자체의 경쟁력 확보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는 시선도 있다. 이미 유료방송 합산규제가 일몰된 상태고 재도입 가능성이 높지 않기 때문에 KT가 딜라이브 인수에 나서려면 나설 수 있는 상황이지만 구 사장이 케이블TV업체 인수합병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구 사장이 유료방송사업과 관련해 KT가 나아갈 방향을 주주들에게 명확히 알려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 셈이다.
KT의 또 다른 성장동력 가운데 하나인 금융사업도 난항을 겪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되면서 케이뱅크에게 KT가 직접 자금을 수혈할 수 있는 길이 막혔기 때문이다.
금융업계에서는 KT가 자회사를 통해 우회증자하는 방법, 다른 주주들을 설득해 지분율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증자를 진행해 자금을 수혈하는 방법 등을 쓸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주주들로서는 KT가 과연 어떤 방향에 힘을 싣고 있는지 구 사장의 의중이 궁금할 수밖에 없다.
KT의 주력사업인 통신사업 역시 지난해 실적이 좋지 못했던 만큼 올해는 사업을 어떤 방향으로 풀어갈지 제시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올 수 있다. 미디어사업에서 온라인 동영상서비스(OTT)인 ‘시즌’의 경쟁력 강화방안도 관심거리 가운데 하나다.
구 사장이 주가를 직접적으로 부양할 수 있는 방법인 자사주 매입, 배당 확대 등을 들고 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구 사장은 최근 KT의 주가 폭락에 대응하기 위해 증권사 연구원들에게 조언을 구했는데 연구원들이 제안했던 방안이 바로 배당 확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KT 관계자는 “KT의 기초체력(펀더멘털)과 비교해 현재 주가가 극도로 저평가돼 있는 상황이라고 보고 있다”며 “기업가치와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해 적극적으로 주주친화정책을 펼치는 한편 시장과 소통에도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