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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 지주사 전환 마지막 걸음 효성캐피탈 제값받고 팔기 쉽지 않아

강용규 기자 kyk@businesspost.co.kr 2020-03-18 15:3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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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그룹이 지주사체제로 전환을 끝내기 위한 마지막 한 걸음이 무겁다.

지주사 효성이 금융계열사 효성캐피탈을 매각하면 효성그룹의 지주사체제 전환에도 방점이 찍힌다.
 
효성, 지주사 전환 마지막 걸음 효성캐피탈 제값받고 팔기 쉽지 않아
▲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그러나 효성이 인수 희망자들과 매각가격 차이를 좁히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18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효성은 최근 효성캐피탈 보유지분 97.5%의 매각방식을 수의계약에서 공개매각으로 바꾸고 입찰 진행계획을 세우고 있다.

5월 예비입찰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나 코로나19 탓에 일정이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

지난해 말부터 효성이 효성캐피탈 매각을 위해 다수의 사모펀드 운용사들과 접촉했다는 이야기가 업계에 파다했다. 효성이 이제 와서 공개매각으로 선회한 것은 인수 희망자들과 매각가격을 놓고 이견을 보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효성그룹 관계자는 “현재 진행하고 있는 매각건의 가격을 상세히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효성도 효성캐피탈에 매기는 가치가 있다”며 “인수자들이 내놓는 가격이 이 수준에 이르지 않는데도 매각을 서두를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베어링프라이빗에쿼티 등이 제시한 효성캐피탈 인수가격은 대체로 3천억 원 안팎이었으나 효성은 매각가격으로 5천억 원을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중간값인 4천억 원 안팎에서 거래가 마무리될 것처럼 보이나 실상을 따져보면 그렇지 않다.

효성캐피탈의 순자산가치(전체 자산에서 부채를 뺀 값)는 2019년 3분기 말 기준으로 4054억 원이다. 4천억 원에 매각 계약이 체결된다는 것은 효성캐피탈의 기업가치가 순자산가치의 1배 수준으로 평가된다는 뜻이다.

그러나 과거 캐피탈사의 매각들을 살펴보면 기업가치가 순자산가치 1배로 평가된 사례는 드물다.

2019년 9월 베어링프라이빗에쿼티가 애큐온캐피탈을 인수했을 때 순자산가치 0.9배의 가격에 계약이 체결됐으나 이는 수익성이 높은 저축은행이 포함된 거래였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효성캐피탈 매각을 2017년 웰투시인베스트먼트가 웰투시제3호투자목적회사를 통해 아주캐피탈의 지분 74.04%를 인수했을 때와 비교한다.

당시 아주캐피탈 가치는 순자산가치의 0.7배로 책정됐는데 이 수치에는 우리은행이 웰투시제3호투자목적회사에 지분투자로 아주캐피탈 인수에 참여해 아주캐피탈의 조달비용이 낮아지며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라는 밝은 전망이 반영돼 있었다.

반면 효성캐피탈은 당시 아주캐피탈만큼 전망이 밝다고 보기 어렵다.

효성캐피탈의 주력사업은 전체 영업자산의 38%를 차지하는 설비금융인데 이 사업이 담당하는 산업기계 및 공작기계 리스시장이 전방산업 침체를 겪고 있다. 이에 따라 효성캐피탈의 순이익도 2018년 3분기 누적 207억 원에서 2019년 3분기 누적 154억 원으로 줄었다.

인수 희망자들이 효성캐피탈 인수가격으로 제시했다고 알려진 3천억 원은 효성캐피탈 순자산가치의 0.75배다. 이조차도 효성캐피탈의 가치를 높게 평가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효성에게 3천억 원은 받아들이기 힘든 매각가격이다.  2019년 3분기 말 기준으로 효성이 보유한 효성캐피탈 지분 97.5%의 장부가액은 3629억 원이다.

이보다 낮은 가격에 효성캐피탈을 매각하면 투자손실금액이 반영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효성캐피탈의 장부가액은 효성이 내놓을 수 있는 매각가격의 하한선이다.

다만 이번 매각이 법적 강제사안이라는 특성상 결국 효성이 장부가액보다도 낮은 가격에 효성캐피탈을 매각하게 될 수 있다는 시각이 현재로서는 우세하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제8조의2에 따르면 일반지주회사가 금융회사의 주식을 소유할 수 있는 기간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지주사체제 승인일로부터 2년이다.

효성은 2019년 1월 공정위로부터 지주사체제를 승인받았기 때문에 2020년 말까지는 효성캐피탈 지분을 모두 처분해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효성캐피탈 보유지분의 장부가액만큼 과징금을 내게 된다.

입찰에 참여하는 인수 희망자들은 이를 감안해 낮은 입찰가격을 써낼 공산이 크다. 시간은 효성의 편이 아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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