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산업이 배당을 확대하라는 압박에도 배당규모를 줄였다. 지난해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려 배당을 향한 기대도 높았는데도 예상과 다른 선택을 했다.
건설사업이 지닌 실적 불확실성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석유화학사업 투자를 늘리는 변화와 무관치 않은데 앞으로 석유화학사업에서 성과를 내 주주를 설득하는 일이 더욱 중요해졌다.
15일 대림산업에 따르면 올해 배당규모를 줄인 것은 2013년 실적을 놓고 배당을 한 2014년 이후 6년 만이다.
대림산업은 2019년 실적과 관련해 모두 503억7천만 원(보통주 1주당 1300원, 우선주 1주당 1350원)을 배당하기로 했다. 지난해보다 23.5% 줄었다.
대림산업 배당금 총액은 2013년(실적 기준) 40억5천만 원에서 2016년 117억7천만 원, 2017년 387억9천만 원, 2018년 658억1천만 원 등으로 매년 확대됐다.
석유화학사업 투자 확대를 위해 올해 배당규모를 줄인 것으로 파악된다.
대림산업은 건설과 석유화학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데 현재 석유화학사업에서 미국 석유화학단지 투자, 여수 석유화학단지 증설, 국내 고부가합성고무 생산공장 신축 등 대규모 투자를 다수 계획하고 있다.
최근에는 6200억 원 규모의 미국 석유화학업체인 크레이튼의 ‘카리플렉스’ 사업부 인수작업을 마무리하기도 했다. 대림산업이 해외업체를 인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증권업계는 대림산업이 올해 미국 라텍스전문업체 카리플렉스 인수, 미국 석유화학단지 투자, 여수 석유화학단지 증설 등을 포함해 모두 1조 원 이상의 투자를 진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미국 석유화학단지 개발사업에는 앞으로 5년 동안 2조 원 규모의 현금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대규모 투자를 앞두고 투자재원 마련을 위해 배당규모를 줄인 셈인데 주주들이 배당 축소를 납득할 정도의 성과를 내는 일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볼 수 있다.
대림산업은 최근 몇 년 사이 배당규모를 빠르게 늘렸지만 배당성향(배당금을 순이익으로 나눈 값)이 여전히 낮은 건설사로 평가된다.
대림산업은 2018년 10.2%의 배당성향(연결기준)을 보였다.
▲ 김상우 대림산업 석유화학사업부 대표(왼쪽)와 배원복 대림산업 건설사업부 대표. |
10대 건설사 가운데 배당을 하지 않는 대우건설과 호반건설, 현대산업개발에서 분할해 출범 첫 해를 맞은 HDC현대산업개발을 빼면 가장 낮다.
대우건설과 호반건설을 뺀 10대 건설사의 2018년 평균 배당성향은 16.8%에 이른다.
대림산업은 최대주주인 대림코퍼레이션을 비롯한 특수관계인의 지분율(보통주 기준)이 23.1%에 그친다.
지배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만큼 석유화학사업에서 가시적 성과를 보여주지 않는다면 배당을 늘리라는 주주들의 압박을 더욱 강하게 받을 수 있다.
시장에서는 대림산업이 최근 3년 동안 배당을 크게 늘린 것도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한 국민연금 영향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최근 카리플렉스 인수를 마무리한 데 이어 하반기에는 미국 석유화학단지의 구체적 투자규모가 결정된다”며 “배당을 줄인 만큼 석유화학 투자를 잘해서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