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철 두산밥캣 대표이사 사장이 임기를 3년 연장하면서 중간지주사 격인 두산중공업의 위기에 현금창출로 지원해야 할 책임이 더 무거워졌다.
박 사장은 지난 6년 동안 두산밥캣을 맡아 두산그룹의 ‘캐시카우’로 키워냈다.
▲ 박성철 두산밥캣 대표이사 사장.
12일 두산그룹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두산중공업이 6년 연속으로 순손실을 보고 있어 위기에 빠져 있는 만큼 앞으로 두산밥캣이 질 부담이 더욱 커질 수 있다.
두산밥캣은 그동안 '두산-두산중공업-두산인프라코어-두산밥캣'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의 가장 밑단에서 계열사 연결실적 개선, 배당, 차입금 상환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 등 여러 측면에서 역할을 해왔다.
박 사장은 두산인프라코어 유동성 악화의 원인으로 지목받던 두산밥캣을 현재는 모회사 전체 실적의 50% 넘게 책임지는 회사로 키워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지난해 중국 및 신흥시장 부진에도 두산밥캣 등 호조에 힘입어 실적을 방어했다.
두산밥캣은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2016년 이후로는 연결기준 영업이익을 4천억 원가량 안정적으로 내고 있고 규모도 늘어나는 추세에 있다. 순이익도 증가세로 2016년 1800억 원에서 2019년 2700억 원까지 증가했다.
이런 실적 호조를 기반으로 배당도 꾸준히 확대하면서 2019년에는 모두 1200억 원을 현금배당했다.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은 모회사 두산인프라코어 곳간으로 들어간다.
두산인프라코어는 보유한 두산밥캣 지분 51%의 대부분을 조 단위 차입금 담보에 제공하는 등 자회사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박 사장은 2013년 두산밥캣이 두산인프라코어 사업부 소속이던 시절부터 두산밥캣과 인연을 맺고 회사가 독립한 2014년 4월 대표이사에 올랐다.
볼보건설기계그룹 등 글로벌 기업에서 제조업, 품질경영 및 전략개발 등에 25년 이상 종사해 경험이 많고 미국 국적으로 한국어와 영어에 모두 능통해 본사는 한국에, 주력사업장은 북미에 있는 두산밥캣에 맞춤형 인재라는 평가를 받았다.
박 사장은 그동안 세운 공을 바탕으로 3월 말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 임기를 한 번 더 연장하게 됐다. 그는 실적 및 재무구조 개선과 함께 두산밥캣의 사업영역도 확대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중장기 성장동력을 확보한다면 향후 그룹사 연결실적과 재무구조 개선을 앞당길 수 있다.
두산밥캣은 1947년 미국 노스다코타에서 출발해 소형 건설장비시장을 주도해 온 역사 깊은 회사지만 이전까지는 사업 확장보다는 소형 건설장비시장에서 선도적 지위를 바탕으로 안정적 수익을 내는 쪽에 더 집중해왔다.
이런 기조는 2007년 두산인프라코어에 인수된 뒤 금융위기 등을 거쳐 회사가 안정화한 2017년부터 공격적 영토 확장기조로 바뀌었다.
박 사장은 상장 직후인 2017년 중국에 저가라인 ‘어스포스’를 출시하며 신흥시장에 도전했다. 2018년에는 미국과 중국에 이어 세계 3위 시장인 인도의 현지공장을 인수해 지난해 10월부터 인도에서 인기가 높은 백호로더(앞에는 굴삭기, 뒤에는 로더를 장착한 소형기계) 생산에 나섰다.
지난해 말 북미에서 농기계 신제품(콤팩트트랙터)을 출시하고 잔디깎기 사업부를 인수한 것을 기점으로 기존 텃밭인 북미에서도 영토를 넓히고 있다. 이를 통해 농경지대가 많아 농업과 조경산업이 발달한 미국 서남부 지대에 딜러망을 강화해 새로운 포트폴리오를 구축함과 동시에 기존 소형건설기계 제품의 판대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박 사장은 신제품 출시와 관련한 여러 공식행사 자리에서 “북미 콤팩트트랙터 출시를 계기로 글로벌 소형 건설장비시장에서 한 단계 더 도약할 것”이라며 “신흥시장 인도를 백호로더의 생산거점으로 활용해 향후 중동, 아프리카, 동남아지역으로도 판매를 확대할 것”이라고 말해왔다.
두산밥캣 관계자는 “2022년까지 인도 백호로더시장에서 점유율 3위를 확보하고 2024년까지 북미 딜러망을 현재의 40~50% 이상 늘릴 것”이라며 “사업을 적극적으로 확대해 중장기 성장기반을 다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 사장은 1965년 영국에서 태어났다. 1987년 미국 하비머드 대학에서 공학을 전공하고 1990년 캘리포니아대학교 샌디에이고캠퍼스에서 국제경영학 석사를 취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홍지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