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코로나19(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예방을 위해 모든 직원의 재택근무라는 대승적 결정을 했다.
평소 직원들의 행복을 중시하는 행복경영을 펼치기 때문에 가능한 조치라는 평가가 나온다.
▲ 최태원 SK그룹 회장.
25일 SK그룹에 따르면 SK그룹이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조치로 '모든 직원 재택근무'를 결정한 이유는 '선제적' 대응을 중시했기 때문이다.
SK그룹 관계자는 "이번 결정이 이례적 조치로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 확진자가 발생하기 전에 감염 가능성을 미리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SK그룹의 이번 결정은 다른 대기업들이 특정상황에 놓인 사람들에게만 재택근무를 허용하거나 확진자가 발생한 뒤 재택근무를 실시하는 것과 비교된다.
대기업들은 이번 코로나19 대응으로 대개 임신부나 영유아 자녀를 둔 부모 등 특수한 상황에 있는 임직원을 대상으로 재택근무를 실시하고 있다. 확진자가 발생한 뒤 '건물폐쇄'에 이어 모든 직원 재택근무를 결정하기도 한다.
SK그룹이 이런 결정을 내린 바탕에는 최 회장의 '행복경영'이 있다는 말이 나온다.
모든 직원 재택근무가 업무 생산성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 임직원들과 이해관계자들의 행복이 눈앞의 성과보다 더 중요하다는 최 회장의 경영철학이 이번 결정을 내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특히 코로나19의 가장 큰 적이 '공포'라는 말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모든 직원 재택근무 결정은 단순히 임직원들의 감염 가능성을 줄이는 데서 나아가 임직원들의 걱정을 덜어주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이런 효과는 SK그룹 임직원들 뿐 아니라 이들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있는 이해관계자들에게도 적용된다는 점에서 최 회장이 18일 SKMS(SK그룹의 경영헌장)를 개정하면서 행복 추구의 대상범위를 고객, 주주, 사회 및 사업 파트너로 확장한 것과도 맞닿아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최 회장은 2019년부터 사회적가치 추구의 핵심을 '행복 추구'로 정하고 이와 관련해 임직원들의 공감대를 얻기 위해 노력해왔다.
최 회장은 지난해 1년 동안 100회의 '행복토크'를 완주하며 주목을 받기도 했다. 올해 초 SKMS를 개정하면서는 그 동안 범위가 모호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던 '사회적 가치'를 '함께 추구해야 할 이해관계자 행복'으로 규정하기도 했다.
최 회장이 이번 일을 계기로 업무방식 자체를 혁신하려 한다는 시각도 있다. 통신기술, 클라우드 기술, 협업 솔루션 등의 발달로 사실상 근무의 장소 제한이 없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사태가 일종의 ‘재택근무 실험장’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SK텔레콤은 모든 직원을 대상으로 재택근무를 시행한다는 사실을 알리며 “장기적으로 현재 대면 중심으로 진행되는 업무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운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SK그룹 관계자는 “재택근무 일정은 상황에 따라 변할 수 있다”며 “3월6일까지는 최대한 조심한다는 기조로 일정을 짜고 그 이후로는 각 계열사별로 방역상황을 살펴보며 유연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