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스마트폰, 블랙베리 제치고 백악관 입성하나  
▲ 미국상공회의소 주최로 지난26일 열린 오바마 대통령 초청 조찬간담회에서 국내 재계 총수들이 참석해 있다. 왼쪽부터 한덕수 한국무역협회 회장,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에이미 잭슨 주한미국상공회의소 대표, 서승화 한국타이어 부회장.<뉴시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미국 백안관에 블랙베리를 제치고 삼성전자 스마트폰을 들여놓을 수 있을까?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 26일 서울 그랜드하얏트서울에서 열린 재계총수와 조찬간담회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오늘도 셀카를 찍었다”며 “문제없다”고 말했다고 삼성전자가 28일 밝혔다. 이 부회장과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처음 만났다.


오바마 대통령이 언급한 사건은 지난 3일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 레드삭스 소속 야구선수 오티스와 갤럭시노트3로 셀카 사진을 찍은 것에서 비롯된다. 이 사진을 오티스가 트위터에 올리자 삼성전자가 이 사진을 리트윗해 520만명의 팔로워들에게 제품을 홍보했다. 논란이 불거지자 당시 백악관 내에서도 “대통령의 초상을 상업적 목적에 이용했다”는 비난이 일었다.

이 부회장은 행사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오늘 행사는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좋았다”며 “미국 내 투자를 확대하는 방안에 대해서 아직 논의하지 않았고 셀카 얘기만 했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과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한덕수 한국무역협회장 등 주요 경제단체장과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재계 총수들이 대거 참여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이건희 회장을 대신해 이날 행사에 참석했다.


삼성전자 내부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문제없다’는 발언이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백악관 진출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해석하고 고무되는 분위기다.

삼성전자는 최근 백악관과 대정부거래(B2G)사업을 추진 중이다. 삼성전자 스마트폰이 백악관 진출을 성공하게 되면 전 세계 어느 곳에서든 정부는 물론이고 기업전용폰 시장을 거머쥘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스마트폰에 대한 백악관의 반응도 나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은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스마트폰을 대상으로 내부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난 20일 보도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초 미국 육군에 스마트폰 7천여 대를 납품하는 계약을 땄다. 삼성전자는 미국 국가안보국(NSA)에 스마트폰 수천 대를 제공하는 계약도 막바지 단계에 진입했다. 삼성전자는 이를 위해 미국 군수산업체 제너럴다이맥스에서 일했던 칼 네럽을 영입해 기업 소프트웨어 영업총괄책임자 자리에 앉히기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동안 ‘블랙베리 매니아’였다. 백악관은 보안기능이 뛰어난 블랙베리를 선호했다. 그런데 블랙베리가 미국시장에서 존립이 위태로운 상태가 됐다.

그러자 백악관 내부에서 블랙베리 대신 아이폰으로 대체하자는 목소리도 나왔다. 하지만 아이폰은 보안을 위해 스마트폰 내부시스템 개조를 해야 하는 작업에 협조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백악관 기술팀이 아이폰을 쓰지 못하게 한다”고 불평한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전자는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0월 정부와 기업을 위한 보안솔루션인 ‘녹스(KNOX)’를 개발해 보안을 위한 개조준비를 마쳤다. 또 지난 3월 열린 2014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업그레이드 버전인 ‘녹스2.0’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기도 했다.

하지만 백악관 내부 테스트가 끝날 때까지 수개월이 걸릴 전망이라 백안관이 블랙베리에서 삼성전자 스마트폰으로 갈아탈지는 미지수다.

블랙베리는 잔뜩 긴장하고 있다. 블랙베리는 한때 북미 스마트폰 시장의 절반 가까이를 장악할 만큼 인기가 대단했다. 그러나 현재 미국 시장점유율이 3.1%에 그친다. 윈도폰보다 점유율이 낮다. 블랙베리의 새로운 CEO 존 첸은 ‘최후의 보루’인 정부기관 시장을 놓치지 않기 위해 백악관과 정부기관 관계자들을 자주 만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