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철도공사(코레일)과 SR(수서고속철 SRT의 운영사)의 통합이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국토교통부가 사실상 통합을 반대하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데다 손병석 한국철도공사 사장도 이 문제는 정부의 방침을 따른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코레일과 SR 통합 물 건너 가는 분위기 뚜렷, 국토부 연구용역 해지

▲ 손병석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사장.


14일 안호영 국회의원실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국토교통부가 코레일과 SR의 통합 여부를 검토하는 연구용역인 '철도 공공성 강화를 위한 철도 산업구조 평가'를 강제 해지한 것이 맞다”고 말했다. 

철도공사와 SR 통합 문제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인 철도 공공성 강화와 맞닿아 있어 논의가 꾸준히 진행돼 왔으나 한국철도공사가 2018년 말 잇따른 철도사고 문제에 휩싸이면서 SR과 통합 논의도 가라앉았다. 

국토부가 2018년 6월 발주한 철도통합 연구용역도 철도사고 역풍으로 그해 말 중단됐다. 그 뒤 2019년 초에 다시 연구용역을 재개했으나 지난해 말 국토부가 강제 해지한 것으로 최근 확인됐다. 

철도하나로범국민운동본부와 철도공공성강화시민모임은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정부의 대선 공약이자 국민의 요구였던 철도산업 구조개혁과 관련한 중대한 연구용역이 행정 갑질 끝에 강제 해지된 것"이라며 "90% 정도 완료된 연구용역을 해지하는 것은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해지한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철도노조는 지난해 11월 파업을 벌이면서 SR과 연내 통합을 포함한 4가지의 쟁점을 요구해 왔다가 파업을 끝내면서 SR과 통합문제는 철도 노사 공동으로 정부에 건의한다는 수준에서 마무리했다. 

하지만 주무부처인 국토부가 연구용역을 해지하면서 한국철도와 SR의 통합에 반대하는 태도를 보여 사실상 통합 논의는 중단된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더해 올해 국토부가 5년에 한 번 철도산업의 중요한 정책방향을 결정하는 ‘철도산업발전방안’을 새로 구상해서 내놓아야 하기 때문에 통합 관련 논의는 다시 살아나기 어려워 보인다. 

김경욱 국토부 제2차관은 그동안 철도노조가 파업을 하면서 요구하는 사항에 강경한 입장을 고수해 왔다. 김 차관은 철도 관련 정책을 총괄하고 있다.

김 차관은 철도파업을 대비한 비상수송대책본부를 방문한 자리에서 "철도노조가 요구하는 문제들은 근거나 재원 대책이 없고 국민 부담만 있다"며 “국민에게 부담이 되는 것이면 현재로서는 검토 자체를 하기 힘들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 차관은 박근혜 정부 당시 국토부 철도국장을 맡은 인물로 KTX와 SRT를 분리해 철도의 경쟁체제를 도입하는데 주도적 역할을 담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손병석 한국철도공사 사장도 그동안 SR과 통합문제는 정부의 정책사항이라는 태도를 보여왔다.

SR과 통합문제는 철도노조에서 파업을 통해 이뤄낼 수 있는 성격의 문제가 아니고 정부가 철도산업 구조개편을 결정하면서 방향이 잡힐 사안으로 정부 정책을 따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손 사장은 철도노조가 2019년 11월 파업을 하면서 SR과 통합을 요구해 온 것이 도리어 통합 논의에 힘을 뺐다고 봤다. 

손 사장은 지난해 기자간담회에서 "철도노조의 파업에 따라 국민 여론이 코레일-SR 통합에 부정적으로 될 것 같아 안타깝다"면서 "한국철도공사 노조의 파업이 장기화 할수록 국민들 사이에서는 잘 운행되고 있는 SR이 더 잘 운행할 수 있게 노선을 늘려주자는 얘기가 저절로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SR이 있기 때문에 한국철도공사 노조의 파업은 자해적“이라며 ”노조도 그 부분이 딜레마일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손 사장은 SR이 분리돼 한국철도공사 적자가 계속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지만 한국철도공사는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뜻을 보였다.  

그는 “코레일이 경부선 KTX에서 이익을 내지만 엄청난 적자를 내는 철도 화물이나 새마을호·무궁화호 등을 포기할 수는 없다”며 “국가 경영 전체로 보면 있을 수 없는 일로 공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데 일부 노선에서 이익을 내는 것만 부각하면 곤란하다”고 말했다. 

한국철도공사는 SR이 출범하면서 KTX와 SRT가 분리된 뒤 2017년부터 적자로 돌아섰다. 순손실 규모는 2017년 9천억 원, 2018년 1천억 원으로 나타났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정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