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과 엔지켐생명과학 등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이 앞 다투어 비알콜성 지방간염(NASH)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한미약품과 엔지켐생명과학은 글로벌제약사에 기술수출을 타진해 연구개발자금을 확보하고 개발 성공률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약품 엔지켐생명과학, 치료제 없는 비알콜성 지방간염 신약 도전

▲ 권세창 한미약품 대표이사 사장.


10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비알콜성 지방간염 치료제가 최근 글로벌시장에서 부각되면서 한미약품과 엔지켐생명과학도 치료제 개발에서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비알콜성 지방간염이란 알코올 섭취와 무관하게 간에 중성지방이 축적돼 간세포가 괴사하는 염증성 질환이다.

심각하면 간경변으로 진행되면서 사망 위험성도 높아지는데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아 현재까지 마땅한 치료제가 없다.

비알콜성 지방간염 치료제의 글로벌시장 규모는 2025년 약 24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데  글로벌제약사들도 개발에 실패한 미지의 영역이다. 따라서 신약 개발에 성공한다면 관련 시장을 완전히 선점할 수 있다.

한미약품은 비알콜성 지방간염 치료제 ‘HM15211(트리플 아고니스트)’을 개발하고 있다.

한미약품은 최근 미국 샌프란시코에서 열린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HM15211의 임상1b상 결과 일부를 공개했다. 8~12주차 데이터를 보면 HM15211을 투여한 대부분의 환자에서 지방간이 해소되었으며 30% 이상의 지방 감소가 있었다. 

한미약품은 2분기에 HM15211의 임상2상에 진입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또 글로벌제약사에 기술이전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약품의 경쟁사인 유한양행은 지난해 전임상단계의 비알콜성 지방간염 치료물질을 글로벌 제약사 길리어드사이언스와 베링거인겔하임에 각각 7억7천만 달러(약 9천억 원), 8억3천만 달러(약 9600억 원)에 기술수출하는 데 성공했다. 

구완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HM15211의 가치는 약 1조36억 원”이라며 “HM15211의 임상1상을 성공적으로 마치면 대규모 기술수출을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엔지켐생명과학은 신약물질인 EC-18을 기반으로 비알콜성 지방간염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엔지켐생명과학에 따르면 EC-18은 미국 제약사 마드리갈과 인터셉트에서 각각 임상3상을 진행하고 있는 치료제와 비교한 결과 간섬유화 예방 등에서 대등하거나 더욱 뛰어난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엔지켐생명과학은 최근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다수의 글로벌 제약사들과 비알콜성 지방간염 치료제 기술이전을 위한 비밀유지협약(CDA)을 체결했다. 이 가운데 일부는 세부적 기술실사 단계의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3일에는 비알콜성 지방간염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마이클 찰튼 미국 시카고의대 교수를 영입하기도 했다.
 
한미약품 엔지켐생명과학, 치료제 없는 비알콜성 지방간염 신약 도전

▲ 손기영 엔지켐생명과학 대표이사 회장.


글로벌 제약사들의 비알콜성 지방간염 치료제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만큼 한미약품과 엔지켐생명과학의 기술수출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길리어드는 지난해 유력 후보물질이었던 ‘셀로세팁’의 임상3상에 실패했지만 여전히 연구개발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길리어드는 두 가지 이상의 약물을 병용하는 요법으로 비알콜성 지방간염 치료제 개발방향을 바꿨는데 지난해 유한양행으로부터 물질을 도입한 것도 이 때문이다.

앨러간, 노바티스 등의 글로벌 제약사들은 아예 비알콜성 지방간염 치료제 개발기업을 인수하고 있다.  

노바티스는 지난해 4월 비알콜성 지방간염 치료제를 보유한 ‘IFM테라퓨릭스’를 1조8천억 원에 인수합병했다. 앨러간은 2016년 비알콜성 지방간염치료 치료제 개발의 주력인 ‘토비라’를 약 1조9천억 원에 인수했다.

진홍국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비알콜성 지방간염은 개발된 치료제가 없는 반면 2025년 관련 시장 규모는 약 24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글로벌 제약사들의 관심도 높다”며 “한미약품과 엔지켐생명과학의 기술수출 가능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