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019년 11월29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11월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연합뉴스> |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국내 경기 회복세에 제동을 걸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할지를 놓고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국은행은 27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한국경제에 미칠 영향을 놓고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날 발표한 ‘KDI 경제동향’ 2월호를 통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에 따라 어느 정도의 부정적 영향은 불가피하다”며 “앞으로 경기의 개선 흐름이 제약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KDI는 특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내수경기에 미칠 타격을 주목하며 소비 개선을 제약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봤다.
한국은행이 오랜만에 찾아온 경기 회복세를 놓치지 않기 위해 이른 시일 안에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JP모간은 7일 보고서를 통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파급력이 예상보다 크다”며 “한국은행이 이르면 27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선제적으로 금리를 0.25%포인트 낮출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또 올해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3%에서 2.2%로 0.1%포인트 내려잡았다.
JP모간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전염 속도가 빠른 데다 중국 공장도 줄줄이 폐쇄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한국의 1분기 GDP는 전기보다 0.3% 감소할 것”이라며 “한국의 제조업은 중국 공급망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지난해 우리 경제가 2.0%의 경제성장률을 간신히 지켰는데 올해는 이마저도 힘들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정부가 기준금리 인하를 포함한 강력한 경기 부양책을 내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다만 기준금리를 인하하지 않을 것이란 반론도 많다. 우선 현 기준금리가 1.25%로 역대 최저 수준인 만큼 금리를 더 인하할 정책 여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등 더 큰 불확실성에 대비해 정책 여력을 남겨둬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부동산시장에 미칠 영향 역시 부담스러울 것으로 보인다. 기준금리가 낮아지면서 부동산이 과열됐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오는 탓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월 통화정책방향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이런 지적과 관련해 “완화적 금융여건은 가계의 비용을 낮춰주기 때문에 주택 수요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측면이 있다”면서도 “주택가격을 결정하는 데 금리 이외에 사실상 여러 요인이 같이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과거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는 금리를 인하했다. 특히 메르스가 확산되던 2015년 6월 가계부채 부담으로 금리를 내리기 어려울 것이란 시장 예상을 뒤엎고 기준금리를 연 1.75%에서 1.50%로 인하했다.
다만 윤면식 한국은행 부총재는 1월 말 “사스, 메르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등 감염병만으로 기준금리 결정을 하는 것은 아니고 전체적 영향, 즉 기저에 흐르는 경제와 물가, 금융안정 상황을 봐서 결정해야 한다”며 “사스나 메르스사태 때도 물가 등 다른 상황이 좋지 않아 금리를 내린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이 최근 공개한 1월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 따르면 당시 금리 인하 소수의견을 낸 2명의 금통위원들은 경기 회복을 지원하기 위해서 현재의 통화정책이 충분히 완화적이지 않다며 금리 인하 필요성을 주장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