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일을 알아봐야 할 것 같아요.”
7일 다시 문을 연 신라면세점에서 만난 한국인 가이드가 한 말이다.
▲ 7일 오전 8시30분 신라면세점 서울점 개점을 앞두고 외국인 고객 3명이 줄서서 오픈을 기다리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은파 기자> |
이날 오전 8시30분 신라면세점 주차장에는 택시 몇대 만 왔을 뿐 한산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퍼지기 전에는 중국 관광객을 태운 차량들이 주차장을 가득 채우고도 모자라 외부 주차장으로 차량들이 이동했다.
신라면세점은 평소 매장 개점시간 전부터 기다리는 사람으로 발 딛을 틈이 없었다. 그러나 이날은 입구와 고객센터 등을 모두 포함해 30명 정도가 개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오전 8시30분 매장 입구에는 달랑 외국인 3명만 줄을 서 있었다.
한국인 가이드는 “신라면세점이 다시 문을 연다고 해서 중국 관광객을 데려왔다"며 “원래 400~500명 정도가 기다리는데 오늘은 그 때의 5%밖에 안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국내 면세시장의 ‘큰 손’인 중국 보따리상들의 발길도 끊겼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중국 전역으로 확산하면서 안전을 선택한 사람들이 늘어난 데다 사업을 위해 한국에 방문하고 싶어도 교통 편이 여의치 않다고 했다.
그는 “대도시를 포함해 중국 전역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어려워 중국 보따리상들이 중국 공항까지 나오기가 힘들어졌다”며 “한국에 방문해 물건을 사더라도 현재 중국으로 들어가는 입국자 수가 적어 중국 세관에서 붙잡힐 확률도 높아졌다'고 말했다.
개점시간이 지나 매장 안으로 들어갔지만 매장 내부도 한산한 분위기였다.
평상시라면 1층 명품 브랜드 매장에 들어가기 위해 한참 동안 줄을 서서 기다려야했지만 이날은 손님을 기다리는 직원들만 서 있는 매장이 대부분이었다.
면세점 고객이 가장 몰리는 2층 화장품 매장으로 올라갔다.
최근 중국사람들의 유행을 반영하듯 한국 브랜드보다 해외 명품 화장품 브랜드인 '샤넬'과 '바비브라운', '에스티로더' 등에 몇몇 손님들이 보였다.
반면 중국 보따리상들이 많이 사가는 것으로 알려진 LG생활건강의 대표 화장품 브랜드 ‘후’와 아모레퍼시픽의 대표 화장품 브랜드 ‘설화수’ 등 한국 화장품 매장에는 사람들의 방문이 적었다. 일부 브랜드 매장에는 직원들만 서 있기도 했다.
▲ 신라면세점 2층 해외 화장품 브랜드 매장에서 고객들을 응대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은파> |
한국 화장품 브랜드 매장의 직원에게 다가갔다.
고객이 많이 줄었느냐고 묻자 “지난해 중국 설(춘절)에는 고객들이 없다가 연휴가 끝나자마자 발 디딜 딛을 틈 없이 들어왔는데 지금은 손님 보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고객들의 발길은 뜸해졌지만 직원들은 방역과 안전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입구에는 직원들이 마스크를 쓴 고객만 입장하도록 했고 입구와 출구에는 각각 1대씩 열화상 카메라가 설치돼 있었다.
열화상 카메라에서 고온으로 확인된 고객들은 별도의 체온 체크를 받은 뒤 37.5도 이상이면 매장을 출입할 수 없고 가까운 병원으로 안내하겠다는 내용의 안내문도 붙어있었다.
신라면세점 관계자는 “다시 문을 열기에 앞서 자체소독뿐 아니라 전문 소독업체에서 매장 전체를 모두 철저히 소독했다”며 “열화상 카메라를 비치하고 직원들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는 등 고객과 직원들의 안전을 위해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신라면세점은 12번째 확진자가 1월20일과 1월27일 두 차례 서울 장충동에 있는 신라면세점 서울점을 방문했다는 사실을 보건당국으로부터 통보받고 2일부터 임시로 문을 닫았다.
신라면세점 서울점은 하루 평균 매출 80억~100억 원을 올린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5일가량 운영을 중단한 만큼 매출 감소 폭도 클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운영을 계속하고 있는 다른 면세점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서울 시내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는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 신세계면세점 등은 모두 운영시간을 기존보다 2시간 정도 단축하고 있다. 문을 열고 있어도 손님이 오지 않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날 23번 확진자가 롯데백화점 본점에 방문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같은 건물을 사용하고 있는 롯데면세점 명동점도 임시휴점에 들어갔다.
면세점업계 한 관계자는 "확진자가 방문했다고 하니 안전을 위해 휴점을 할 수밖에 있지만 정해진 기준이 없다보니 국내 소비자들의 불안심리만 키우고 있다"는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