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영 헬릭스미스 대표이사가 당뇨병성 신경병증 유전자 치료제 ‘엔젠시스(VM202)’의 임상3상 오염원인을 명확히 밝혀 임상을 재개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김 대표의 계획대로라면 3~4월에는 엔젠시스의 후속 임상3상에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4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헬릭스미스가 엔젠시스의 임상오염 조사결과를 이르면 15일에 공개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다시 커지고 있다.
헬릭스미스는 지난해 9월 엔제시스의 글로벌 임상3-1상에서 일부 환자가 위약과 약물을 혼용한 것으로 나타나 통계적 유효성 입증에 실패했다.
김 대표는 당초 1월15일 ‘엔젠시스(VM202)’의 임상3상 오염원인 밝히기로 했다.
하지만 엔젠시스 임상을 진행한 미국에서 임상시험심사위원회(IRB)의 승인을 받아 약물 샘플을 확보하는 데 예상보다 시간이 많이 소요되면서 결과 발표가 미뤄졌다.
조사결과 발표가 연기되자 헬릭스미스 주가가 떨어지는 등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지기도 했다.
임상오염 조사결과는 김 대표와 헬릭스미스에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조사결과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고지한 뒤 임상3-1상 결과를 승인받아야 두 번째 임상3상인 임상3-2상을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임상3-1상의 문제점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후속조치를 명확히 하지 않는다면 후속 임상3-2상을 진행하기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김 대표는 오염원인이 규명되고 운영방법이 개선된다면 임상오염사건이 후속임상과 기술이전에 걸림돌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김 대표는 “약물과 위약의 혼용이 있었는지, 임상기관·분석기관·약물 저장소 등에서 운영상 문제가 있었는지 확인하고 후속조치를 상세히 설명하겠다”며 “후속 임상에는 큰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올해 3~4월 엔젠시스의 임상3-2상을 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 대표는 엔젠시스 임상에 집중하기 위해 1월 유승신 상무를 사장으로 임명했다. 또 엔젠시스의 후속임상에 필요한 의료 모니터링과 약물 감시, 임상 전략을 담당할 전문가로 윌리엄 프랑크 박사를 영입하는 등 임상 개발조직을 재정비했다.
임상3-1상의 실패를 교훈삼아 약물혼용으로 임상에 실패하는 일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프랭크 박사는 “지난 임상3상에서 혼란이 있었다는 것은 환자 입장에서는 불행한 일”이라며 “수십 년 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당뇨병성 신경병증 치료제 엔젠시스의 개발을 위해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의 계획대로 엔젠시스 임상이 진행된다면 2022년에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판매허가를 신청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 대표는 엔젠시스의 뛰어난 효능과 안전성을 알리는 데도 주력하고 있다.
김 대표는 4일 미국 콜로라도주에서 열리는 키스톤 심포지움에서 엔젠시스 임상 연구결과 3건을 발표하고 엔젠시스가 기존 통증완화제와 완전히 차별화됐음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신 데이터에 의하면 소교세포가 활성화돼 척수의 배각에 분포하게 되면 통증이 생긴다. 헬릭스미스는 엔젠시스가 기존 가바펜틴 계열 약물과 달리 활성화된 소교세포의 분포 패턴을 완전히 바꾸고 이것을 유지한다는 것을 밝혔다.
소교세포란 손상된 뉴런, 이물질, 감염원 등이 포착되면 다른 소교세포들과 함께 이들을 먹어치워 제거하는 일종의 청소부 역할을 하는 면역세포다. 척수의 배각은 척수에서 감각 신호를 수집하는 부위다.
또 헬릭스미스는 임상2상과 임상3-1B상에서 가바펜틴 계열의 약물을 복용하지 않는 환자들에서는 엔젠시스의 효과가 훨씬 더 좋음을 입증했다. 이와 같은 실험결과는 가바펜틴 계열의 진통제가 과연 좋은 치료제인가에 관해 근본적 의문을 제기하게 된다.
헬릭스미스 관계자는 “이번 임상 발표는 과학적, 임상적, 그리고 나아가 시장에 큰 임팩트를 줄 가능성이 높은 데이터를 제시하기 때문에 좋은 반응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