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 인수를 위한 실사를 진행하면서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그 배경으로 악화된 이스타항공의 재무구조가 꼽힌다.
▲ 이석주 제주항공 대표이사 사장.
제주항공은 당초 1월 초까지로 예정됐던 이스타항공 인수를 위한 실사를 1월 안으로 마무리 짓는다고 정정하면서 주식 매매계약(SPA) 역시 1월 중으로 체결할 것이라는 공시를 냈었다.
그러나 1월 말 현재까지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하지 않자 실사 과정에서 우발적 채무나 위험요소들이 발견돼 난항을 겪고 있다는 말이 흘러나오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현재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것으로 알려진다. 2018년 기준으로 이스타항공의 부채비율은 484.4%, 자본잠식률은 47.9% 수준이었다.
항공업계에서는 일본여행 기피 심리로 저비용항공업이 타격을 입은 2019년 이후로 이스타항공의 재무문제가 더 심각해졌을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제주항공은 이런 시선이 부담스러운 듯 이스타항공의 재무문제가 인수 과정에 영향을 주지는 않고 있으며 실사 과정을 면밀하게 검토하기 위한 것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우발적 채무나 위험요소들이 발견돼 실사 과정이 지연되고 있다는 이야기는 사실이 아니다”며 “실사절차는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나 검토에 시간이 필요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항공업계 일각에서는 최근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인 에어부산이 인수합병 매물로 나올 수 있다는 말이 나오면서 이를 염두에 둔 행보가 아니냐는 시선이 나오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한 후 에어부산을 매각하는 것이 HDC그룹에 이익이라는 분석들을 내놓고 있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아시아나항공은 에어부산 지분을 44.2% 들고 있는데 에어부산에 투자한 자금을 직접 회수하기 어려운 구조라면 100% 지분을 들고 있는 에어서울만 남기고 에어부산은 매각하는 것이 이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행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HDC현대산업개발은 아시아나항공을 통해 에어부산의 지분을 100%까지 늘리거나 2년 안에 처분해야 한다. 공정거래법은 지주회사(HDC)의 손자회사(아시아나항공)가 증손회사(에어부산)의 지분을 100% 보유하거나 2년 이내 처분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항공업계와 증권업계에서는 HDC그룹이 에어부산의 지분을 추가로 확보하는데 2천억 원 정도의 자금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 때문에 HDC그룹이 재무적 부담을 주는 에어부산을 보유하기보다는 매각할 가능성이 높으며 제주항공이 이를 눈여겨보고 있다는 시선이 나오는 것이다.
제주항공이 에어부산에 관심을 보일 것이라는 말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에어부산이 이스타항공에 비해 상대적으로 재무부담도 적을 뿐만 아니라 보유 기재도 많기 때문이다.
에어부산은 이스타항공(23대)보다 더 많은 항공기(26대)를 보유하고 있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자하는 제주항공의 당초 목적을 달성하기에 적합한 항공사로 꼽힌다.
뿐만 아니라 이스타항공은 최근 균열문제가 제기된 보잉 737NG 계열로 기재를 운영하고 있고 추락문제가 제기된 보잉 737맥스 기종도 보유하고 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반면 에어부산은 에어버스 기종을 운영하고 있어 안전문제로부터 자유롭다.
하지만 제주항공이 에어부산으로 눈길을 돌려 입장을 바꾸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선도 있다.
이미 계약금을 115억 원을 걸어둔 상태이고 에어부산 지분을 들고 있는 부산시와 부산지역 기업체들 및 소액 주주들이 제주항공에 승인을 내주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을 근거로 한다.
항공업계에서는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이스타항공과 달리 제주항공은 현재 손해 볼 것이 없는 만큼 제주항공이 시장의 추이를 지켜보면서 시간을 끌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제주항공이 거래에서 유리한 고지에 있는 위치이기 때문에 최대한 양해각서(MOU) 단계에서 시간을 벌면서 더 좋은 협상조건을 찾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