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승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사장이 반도체 위탁생산 고객 확보를 위해 가격경쟁에 나설까?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는 최근 1년 사이 최대 경쟁사인 대만 TSMC와 파운드리시장 점유율 격차를 좀처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두 기업의 기술이 비슷한 만큼 삼성전자가 TSMC를 따라잡으려면 수익성이 다소 나빠지더라도 가격 경쟁력을 높일 필요가 있어 보인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퀄컴의 5G칩 가격 인하정책에 협력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최근 퀄컴은 중급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스냅드래곤765 5G’의 가격을 30%가량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5G스마트폰 수요가 예상보다 저조하자 스마트폰 제조원가 절감을 지원해 AP 수요를 창출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스냅드래곤765 및 스냅드래곤765 5G는 삼성전자 7나노급 극자외선(EUV) 공정에서 생산된다.
정은승 사장은 퀄컴이 삼성전자의 주요 팹리스(반도체 위탁생산) 고객인 만큼 가격 인하에 협조해 더 많은 물량을 수주하고 같은 방식으로 파운드리 고객사를 늘리는 전략을 세웠을 공산이 크다.
디지타임스 등 외국언론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주요 팹리스에 TSMC와 비교해 낮은 위탁생산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TSMC가 애플과 AMD, 화웨이 등 대형 팹리스의 반도체를 생산하기 바쁘다는 점을 고려하면 팹리스들은 TSMC와 비슷한 기술을 갖췄으면서도 원가 절감이 가능한 삼성전자에 눈길을 돌릴 수 있다.
IT매체 톰스하드웨어에 따르면 TSMC의 7나노급 공정 리드타임(제품 인도기간)은 당초 예상됐던 2개월에서 6개월로 연장돼 상반기 제품 공급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정 사장은 최근 삼성전자와 격차를 조금씩 벌리고 있는 TSMC를 따라 잡기 위해서라도 가격경쟁 전략을 적극적으로 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시장 조사기관 트렌드포스가 추산한 글로벌 파운드리시장 점유율을 보면 삼성전자 점유율은 2019년 1분기 19.1%, 2분기 18%, 3분기 18.5%, 4분기 17.8% 등으로 내림세를 보인다.
반면 TSMC는 시장점유율을 2019년 1분기 48.1%에서 4분기 52.7%로 높여 사실상 세계 파운드리 일감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삼성전자는 2017년 시스템LSI사업부에서 위탁생산사업을 분리해 파운드리사업부를 신설함으로써 본격적으로 파운드리에 힘을 싣기 시작했다.
정은승 사장은 당시 초대 파운드리사업부장에 올라 TSMC와 미세공정 기술경쟁을 이끄는 중책을 맡았다.
정 사장의 노력으로 현재 삼성전자는 유일하게 TSMC와 10나노급 이하 파운드리에서 싸울 수 있는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삼성전자와 TSMC는 2020년 나란히 5나노급 공정 양산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정 사장은 이제 미세공정을 심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고객사를 유치해 파운드리 사업을 정상궤도에 올려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미세공정을 개발해도 일감을 확보하지 못하면 결국 새로운 공정 개발을 위한 투자를 늘리지 못해 TSMC와 경쟁에서 승리하기 어렵다.
삼성전자는 이미 가격경쟁으로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 승리한 경험이 있다. 2000년대 들어 일본 엘피다메모리와 독일 키몬다, 대만 프로모스 등 여러 기업을 ‘치킨게임’으로 쓰러뜨리고 SK하이닉스 마이크론과 함께 세계 D램시장을 과점하는 데 성공했다.
삼성전자는 2020년 메모리반도체 업황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파운드리사업부가 TSMC와 가격경쟁을 펼치더라도 이를 지원할 여유도 생겨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