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조종사들이 회사를 떠나고 있다.
중국 항공사들이 국내 조종사들에게 고액의 연봉을 제시하며 적극적으로 영입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항공사의 열악한 근무환경도 조종사들의 이직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 조종사 이직률 높아져
6일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회사를 떠난 조종사들이 30명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나항공도 높은 이직률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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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왼쪽)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
대한항공 노조는 4일 성명을 내고 “상당수 조종사들이 이직했거나 이직을 고민하고 있어 조종사들의 분위기가 뒤숭숭하다”며 “현재 조종사 유출사태의 모든 책임은 회사에 있다”고 밝혔다.
노조는 “기장들은 현격한 급여차이 때문에 외국항공사로, 부기장들은 늦어지는 기장승급 때문에 저가항공사로 이직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도록 내몰리고 있다”며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조종사들은 파격적 조건을 내세운 중국 항공사로 이직하고 있다.
대한항공에서 경력 15년 기장이 1년 동안 받는 실수령액은 1억5천만 원 안팎이다. 하지만 중국 항공사들은 연봉 2억~3억 원을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항공사들은 한국 조종사들이 영어에 능통하고 한국과 중국이 지리적으로 가깝다는 점 때문에 한국 조종사들을 선호한다.
◆ 열악한 근무환경 이직 부추겨
하지만 이직이 돈 때문만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항공사의 근무여건이 좋지 않은 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항공사의 분위기가 탈권위적이고 자유롭다는 점과 한국보다 근무하기가 편하다는 점도 조종사들이 중국 항공사로 이직하는 주된 이유로 지목된다.
조종사들은 국내 항공사의 기업문화가 지나치게 경직돼 있다고 지적한다.
대한항공의 한 조종사는 4일 사내게시판에 글을 올려 “대한항공은 철저히 조양호 회장의 말에 따라 움직인다”며 “그 밑에 임원들, 본부장과 팀장들은 회장님의 눈치만 보기 바쁘다”고 말했다.
이 조종사는 “조양호 회장의 한마디에 직원들의 월급이 오르지 않고, 안전장려금이 삭감된다”며 이런 상황에서 직원들의 사기가 점점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계속되는 단체협약 위반, 적은 월급 등으로 근무상황이 점점 악화된다”며 “(조종사들이 머무는) 호텔들은 점점 공항 근처나 아무 것도 없는 외지로 가며, 기장 승급은 점점 더 느려지고 외국인 조종사만 늘어가는 현실을 보면서 운항 승무원들이 절망하고 있고 그와 함께 대한항공의 안전도 땅으로 떨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대한항공은 회장이 바뀌지 않으면 절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문제는 대한항공에서만 나타나는 게 아니다.
최근 아시아나항공이 수염을 기른 기장에게 비행정지 처분을 내린 것이 정당하다며 행정소송을 낸 사실도 아시아나항공의 권위적이고 융통성 없는 조직문화를 보여준다.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노조 게시판에도 회사의 지나친 비용절감을 비판하는 글이 자주 올라온다. 이들도 승급문제, 비행스케줄 문제, 조종사들의 숙소나 식사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이들은 회사의 비상경영이 무리한 스케줄 등으로 이어져 항공기 사고의 위험성을 높이고 있다고 주장한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