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대우증권 노동조합이 대우증권을 직접 인수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대우증권은 이르면 8월 안에 매각절차를 밟기 시작한다.
이자용 대우증권 노동조합위원장은 3일 임직원이 직접 대우증권을 인수해 ‘종업원지주회사’로 만드는 방안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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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성국 KDB대우증권 사장. |
이 위원장은 “대우증권을 매각한 뒤 직원들의 노력을 담보로 한 경영권 프리미엄을 대주주인 KDB산업은행이 독식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산업은행이 회사를 매각할 것에 대비해 임직원이 주체로서 회사를 인수하기 위한 작업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산업은행은 현대증권 매각작업이 끝나는 대로 이르면 8월 안에 대우증권 매각주간사 선정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은 대우증권 지분 43%를 보유하고 있다.
대우증권 노조는 앞으로 임직원들의 의견을 받은 뒤 회사를 공동경영할 국내외 전략적투자자(SI)를 모으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노조는 국민연금 등 중장기적으로 자금을 투자할 재무적투자자(FI)도 찾기로 했다.
대우증권 노조가 경영권을 보유하려면 전체 주식의 30%에 1주를 더한 만큼 지분을 사들여야 한다. 노조는 대우증권의 3일 종가가 1만4250원인 점을 감안하면 약 1조4천억 원을 조달해야 한다.
이 위원장은 “임직원들이 단독으로 대우증권을 인수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외국계 금융사나 사모펀드 등과 반반씩 인수한다고 가정해 약 7천억 원을 확보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의 방안에 따르면 대우증권 임직원들은 회사를 인수하기 위해 설립된 특수목적회사(SPC)에 1인당 약 1억 원을 투자할 수 있다. 임직원들은 그 뒤 같은 금액을 대우증권의 보증 아래 대출을 받아 다시 투자하는 방식으로 7천억 원을 마련하게 된다.
이 위원장은 종업원지주회사인 미국 ‘CH2M힐’의 사례를 들며 대우증권 임직원들이 주체가 돼 회사를 인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CH2M힐은 런던올림픽 주경기장 건설에 참여한 글로벌 기업으로 세계에 170여 지사와 2만3500명의 직원을 거느리고 있다. 이 회사는 2003년부터 5년 동안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이 뽑은 ‘미국에서 가장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에 뽑혔다.
이 위원장은 “종업원지주회사는 임직원들이 직장의 최고 주인처럼 되는 만큼 장기적 관점에서 경영활동에 가장 유리한 결정을 내릴 것”이라며 “대우증권이 다른 금융자본으로 넘어가면 대주주를 위해 직원들의 희생을 강요당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우증권은 자기자본 4조 원이 넘는 증권업계 2위 회사다. 대우증권은 올해 2분기 순이익 1183억 원을 기록했다. 순이익이 지난해 2분기보다 127%나 늘었다.
국내 금융지주사들은 대우증권을 인수해 비은행사업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KB금융, 신한금융, 한국금융 등이 주요 후보로 이름이 오르내린다.
중국 중신증권도 대우증권 인수에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신증권은 중국 국영기업인 시틱그룹의 계열 증권사로 중국 증권업계 매출 1위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