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진행하고 있는 금호산업 매각 가격협상에서 당초 제시한 가격보다 낮은 가격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금호산업 채권단 운영위원회는 이전에 1조218억 원을 박삼구 회장에게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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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
하지만 이 가격이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일방적 희망가격이었던 점을 고려해 다른 채권단의 의견도 반영하기로 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현재 채권단 운영위원회에 포함돼 있는 우리은행과 국민은행, 농협, KDB대우증권에 희망하는 가격을 제시할 것을 개별적으로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 운영위원회는 금호산업 지분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6개 채권기관으로 구성됐다.
몇몇 채권단은 예전부터 회계법인의 실사결과인 주당 3만1천 원도 적당하다는 입장을 밝혀왔던 만큼 이 가격과 비슷한 수준의 가격을 제시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박 회장이 우선매수청구권을 보유한 50%+1주를 되찾는 데 드는 비용은 5300억 원에 그친다. 당초 채권단이 제시한 1조218억 원의 절반 수준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도 매각가격이 1조 원 이하로 나와도 수용할 수 있다는 의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금호산업 매각가격으로 1조218억 원을 제시한 데 대해 “최대한 높은 가격을 받으려 노력하는 게 원칙이고 처음부터 낮은 가격을 부를 필요는 없다”라는 입장을 보였다.
금호산업 인수전 초기부터 일관되게 1조 원 이상은 받아야 한다고 강경한 태도를 보였던 데 비해 한 발 물러선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호남지역 경제계와 언론을 중심으로 미래에셋자산운용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이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산업은행은 앞으로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제시한 가격과 다른 채권단이 제시한 가격을 절충해 박 회장과 협상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가격이 낮아지면 가격협상도 속도가 날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은행과 박 회장 쪽은 지난달 30일과 31일 이틀 동안 금호산업 가격협상을 진행했지만 양측이 원하는 가격차가 워낙 커 별다른 진전이 없었다.
금호산업 매각가격이 크게 낮아질 경우 채권단이 다시 헐값매각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채권단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이 당초 시장의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1조218억 원이라는 가격을 제시하면서 헐값매각과 특혜논란에서 벗어날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가격이 다시 낮아지면 채권단이 헐값매각 논란을 벗어나기 위한 명분만 쌓으려 했다는 지적도 나올 수 있다.
특히 채권단이 금호산업 본입찰에서 주당 3만907원을 제시한 호반건설을 가격이 너무 낮다는 이유로 유찰시킨 만큼 이와 비슷한 수준에서 가격이 결정되면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당시 채권단 운영위원회에 소속된 채권기관 6곳 모두 유찰에 동의했다.
금호산업이 리먼브러더스인터내셔날로부터 1287억 규모의 풋옵션대금 청구소송을 당한 사실이 금호산업 가격협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도 관심이 쏠린다. 청구금액은 금호산업 자기자본의 41.05%에 이른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