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광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사장이 고분양가 관리를 위해 강화된 일반분양가격 심사기준을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단지에도 적용할 수 있을까?
12일 부동산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주택도시보증공사와 둔촌주공 재건축조합이 조만간 시작될 일반분양가격 협상에서 치열한 줄다리기를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일반분양가격은 공동주택을 짓는 사업주체가 일반인에게 공급하는 분양가격을 말한다.
재건축사업은 일반분양가격이 높을수록 수익도 늘어나 조합원의 건설부담금이 줄어든다.
둔촌주공 재건축조합은 최근 총회에서 일반분양가격을 3.3㎡당 3550만 원으로 확정했다. 주변 아파트 시세와 향후 추가될 공사비를 고려하면 3천만 원 이상이어야 한다는 태도를 지켰다.
다만 둔촌주공 재건축조합이 이 가격에 맞춰 일반분양을 선분양(공동주택 착공과 동시에 입주자 모집)으로 진행하려면 주택도시보증공사의 분양보증 심사 문턱을 넘어서야 한다.
주택도시보증공사의 현행 심사기준을 적용하면 둔촌주공 재건축단지의 일반분양가격은 같은 지역이자 인근에서 가장 최근에 분양된 공동주택 시세와 비교해 105%를 넘어서면 안 된다.
이 기준에 맞추면 둔촌주공 재건축단지의 일반분양가격은 3.3㎡당 2600만~2700만 원선이다. 서울 강동구에서 최근 분양된 ‘고덕자이’가 3.3㎡당 2445만 원에 분양됐기 때문이다.
양쪽 모두 쉽게 물러서기 힘들어 보인다.
둔촌주공 재건축조합은 조합원 부담액을 신경쓸 수밖에 없다. 일반분양가격이 3.3㎡당 2700만 원대로 결정되면 3500만 원대일 때와 비교해 분양수익이 9천억 원 이상 줄어들 수 있다.
일반분양 수익이 감소하면 재건축 과정에서 조합 측의 분담금이 늘어난다. 평수에 따라 조합원 1명당 최대 2억 원을 추가로 부담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둔촌주공 재건축조합은 근처 아파트단지인 ‘힐데스하임 올림픽파크’의 일반분양가격이 3.3㎡당 2896만 원이었던 점을 들어 3천만 원대를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9년 초 서울 광진구 ‘e편한세상 광진그랜드파크’가 3.3㎡당 3370만 원에 분양된 점을 근거로 형평성 문제도 제기할 수 있다. 이 아파트의 토지 공시지가는 둔촌주공의 절반 정도다.
그러나 주택도시보증공사는 힐데스하임 올림픽파크가 100가구 이하의 소규모 단지라 고분양가 심사기준을 적용받지 않는다고 선을 긋고 있다.
형평성 논란과 관련해서도 이 사장은 10월 국정감사 당시 이 문제를 지적받자 “열심히 검토해 개선할 부분이 있으면 하겠다”면서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는 데 그쳤다.
이 사장이 2019년 들어 고분양가 관리에 중점을 두고 있기도 하다. 최근 매체 인터뷰에서도 경영성과를 질문받자 이 사장은 “고분양가 심사를 통해 주택시장 안정화를 지원했다”고 말했다.
둔촌주공 재건축조합은 2020년 4월 말 전에 일반분양을 해야 그해 4월30일부터 시행되는 분양가 상한제를 피할 수 있다.
분양가 상한제는 일정 표준건축비와 택지비(감정가격)에 가산비를 더해 산정한 분양가격 이하로만 공동주택을 분양할 수 있는 제도를 말한다.
둔촌주공 재건축단지에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면 일반분양가격도 3.3㎡당 2300만 원선에 머무를 것으로 추정된다.
둔촌주공 재건축조합이 후분양을 선택할 가능성도 있다. 후분양은 주택 건설이 80% 이상 진행된 시점에서 분양을 하는 방식이다.
후분양도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된다. 다만 주택도시보증공사의 분양보증 심사는 받지 않는다. 분양가격 산정 과정에서 공사 기간의 공시지가 상승분이 택지비에 반영되는 장점도 있다.
이에 앞서 서울 영등포구 브라이튼여의도 시행사가 후분양을 선택하기도 했다. 이곳도 시행사와 주택도시보증공사가 각각 제시한 분양가격 차이가 1천만 원을 넘어서 협상에 난항을 겪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고분양가 잡기에 신경쓰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주택도시보증공사와 둔촌주공 재건축조합의 합의가 쉽지 않아 보인다”며 “다만 분양가 상한제 시행이라는 변수 때문에 협상이 장기화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