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이사가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맏형’ 역할을 다져간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유니콘기업들 가운데서도 굳건하게 성장하면서 김 대표를 본따려는 창업자들이 많아지고 있다.
 
기술 몰랐던 김봉진, 배달의민족 승승장구로 스타트업 '맏형' 되다

▲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이사.


김 대표는 투자자로서 해외까지 영향력을 넓히겠다는 의지도 보이고 있다.

김 대표는 28일 열린 국제 스타트업 박람회 ‘컴업 2019’ 개막식에서 기조연설자로 무대에 올랐다. 김 대표는 이번 행사의 공동조직위원장을 맡았다.

김 대표는 이날 창업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았다. 개막식이 끝나자 한국과 해외 관람객들이 김 대표에게 다가가 인사를 건네고 함께 사진을 찍자고 요청했다.

이날 개막식에는 박영선 중소기업벤처부 장관과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대표, 이택경 메쉬업엔젤스 대표, 류중희 퓨처플레이 대표가 참석했는데 김 대표가 가장 관심을 모았다.

김 대표는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맏형 역할을 다져가는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2016년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을 설립한 뒤 의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김 대표의 인기는 우아한형제들이 나타내는 성장세가 뒷받침한다. 한국에는 쿠팡과 크래프톤, 옐로모바일, 위메프 등 유니콘기업(기업가치가 1조 원이 넘는 비상장기업)이 10개 있는데 우아한형제들은 이 가운데서도 성장기반이 가장 탄탄한 것으로 파악된다.

가령 쿠팡은 ‘의도한 적자’를 내는 중인데 주요 투자자 소프트뱅크가 최근 대규모 적자를 내면서 자금 확보에 빨간불이 켜졌고 위메프 역시 영업손실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옐로모바일은 연결감사보고서가 감사의견 거절을 2년 연속 받는 등 경영위기에 처했다.

반면 우아한형제들은 2016년 흑자로 전환한 뒤 영업이익이 2017년 8.8배, 2018년 2.7배 뛰었다.

김 대표는 별다른 기술과 자본이 없는 채로 실패를 딛고 유니콘기업을 키워냈다는 점에서 창업자들에게 롤모델이 되고 있다.

성공한 벤처기업가로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 등 개발자 출신들을 주로 떠올리지만 김 대표는 개발자가 아닌 디자이너 출신이다.

김 대표는 이날 기조연설에서도 “나는 안타깝게도 기술을 잘 모른다”며 “사회적, 인문학적 관점에서 미래를 둔 생각을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가정형편이 어려워 공업고등학교에 진학했다. 3학년 때 뒤늦게 미술공부를 시작해 서울예술전문대학교에 입학했다. 실내디자인학과를 졸업한 뒤 네오위즈와 NHN 등에서 웹디자이너로 일했다.

회사를 그만두고 사업을 바로 성공한 것도 아니다. 그는 배달의민족을 내놓기 전에 114 전화번호 안내서비스를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만들려 했으나 전화번호를 모으기 힘들고 수익을 내기도 어려워 실패했다.
 
기술 몰랐던 김봉진, 배달의민족 승승장구로 스타트업 '맏형' 되다

▲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이사는 28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국제 스타트업 박람회 '컴업 2019' 개막식에서 기조연설자로 무대에 올라 이야기하고 있다.


이후 배달의민족을 만들기 위해 음식점 전단지들을 모으러 다녔다. 그는 당시 전단지를 주우려고 바닥만 쳐다보고 다녔다고 회상한다.

김 대표는 이날 “배달의민족은 처음에 전단지를 많이 줍는 데 집중해 데이터를 확보했다”며 “아마 여기서 내가 전단지를 가장 잘 주울 것”이라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김 대표는 한국 유니콘기업들이 해외에서 투자를 받아 성장했듯 앞으로 한국 기업이 육성한 유니콘기업들이 생겨나길 기대한다.

그는 “박영선 장관이 ‘유니콘기업 숫자가 국가경쟁력의 바로미터다’고 한 데 100% 동의한다”며 “10년 뒤에는 한국 자본이 만든 글로벌 유니콘 숫자도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우아한형제들은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기업들에 투자하고 있다.

김 대표는 어느새 우아한형제들에 투자한 장병규 크래프톤 이사회 의장 겸 본엔젤스벤처파트너스 고문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셈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재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