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지주가 대만 푸본그룹에서 추천하는 새 사외이사를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푸본그룹은 경영참여를 통해 우리금융지주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를 시작으로 우리금융지주 이사회에서 외국계 자본 비중이 더 커질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26일 우리금융지주와 금융권 관계자들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푸본그룹은 내년 3월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 선임을 승인받고 우리금융지주 이사회에 참여할 가능성이 크다.
푸본그룹은 9월 우리은행이 우리카드 지분 100%를 우리금융지주에 넘긴 대가로 받은 우리금융지주 지분 5.8% 가운데 4%를 매입했다.
당시 우리금융지주는 푸본그룹이 장기 재무적투자자로서 경영에 관여하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변화가 생긴 것으로 파악된다.
푸본그룹은 이사회 사외이사 추천권을 지니게 되면 지분률에 맞는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푸본그룹(4%)은 예금보험공사(17.25%), 국민연금(7.71%), 우리사주조합(6.42%), IMM프라이벳에쿼티(5.62%)에 이어 우리금융지주의 5대주주다.
우리금융지주 이사회는 IMM프라이빗에쿼티, 키움증권, 한국투자증권, 한화생명 등 과점주주를 대표하는 5명의 사외이사와 사내이사인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 예금보험공사를 대표하는 비상임이사 1명 등 모두 7명으로 구성돼 있다.
우리금융지주 주주총회가 푸본그룹이 추천한 사외이사를 선임하면 구성원은 8명으로 늘어나게 된다.
푸본그룹이 우리금융지주 경영에 참여할 가능성은 그동안 꾸준히 제기돼 왔다.
푸본그룹은 우리금융지주 지분 4%를 매입하는데 약 3600억 원가량을 투자한 것으로 추산된다.
최근 국내 금융주가 약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분가치 상승을 노리는 재무적투자로만 보기에는 투자 규모가 크고 시기가 적절하지 않다고 업계는 바라봤다.
우리금융지주 기존 사외이사들은 푸본그룹의 이사회 합류에 긍정적 반응을 보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대만과 홍콩, 중국 등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푸본그룹과 관계를 강화할 수 있는 데다 정부 입김이 강한 국내 금융권 특성상 의사결정구조 안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외국계 지분을 확보하는 것이 경영 자율성을 보장받기 유리한 면이 있기 때문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기존 경영권이 축소될 가능성이 있지만 여러 측면을 살펴보면 우리금융지주 사외이사들이 푸본그룹의 이사회 합류를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바라봤다.
우리금융지주는 푸본그룹을 시작으로 외국계 대주주가 또 나타나 이사회에 합류할 수도 있다.
우리은행은 22일 푸본그룹에 매각하고 남아있던 우리금융지주 지분 1.8%도 소수의 장기투자자로 구성된 매수자에게 매각했다고 발표했다.
우리금융지주의 과점주주들이 3%중후반대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살펴보면 지분 1.8%로도 우리금융지주 지배구조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내년부터 정부가 예금보험공사의 우리금융지주 보유 지분을 나눠 매각하겠다고 밝힌 만큼 푸본그룹의 경영참여를 지켜본 외국계 자본이 이 지분 인수에 관심을 보일 가능성도 있다.
우리금융지주 관계자는 “푸본그룹의 이사회 합류는 아직 확정된 사안이 아니다”면서도 “푸본현대생명의 방카슈랑스 판매 등을 통해 푸본그룹과 긴밀한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감병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