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병현 기자 naforce@businesspost.co.kr2019-11-21 14:09:44
확대축소
공유하기
최호일 펩트론 대표이사가 글로벌 바이오제약기업도 실패한 파킨슨병 치료제 개발에 도전한다.
최 대표는 파킨슨병 치료제 ‘PT302’를 개발해 현재까지 완치제가 없는 파킨슨병을 정복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 최호일 펩트론 대표이사.
21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펩트론이 파킨슨병 치료제 PT302의 국내 임상2상 첫 환자 투약을 올해 안에 시작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파킨슨병이란 도파민 신경세포의 소실로 발생하는 신경계의 만성진행성 퇴행성 뇌질환이다. 파킨슨병 환자들에게서는 서동증(운동 느림), 떨림, 근육 강직, 자세 불안정 등의 증상이 발생한다.
파킨슨병은 아직까지 정확한 발병원인이 밝혀지지 않았고 병을 확진하는 검사법도 없다.
현재 세계적으로 약 1천만 명이 앓고 있는 파킨슨병은 아직까지 증상 완화제만 있을 뿐 근본적 치료제는 없다.
이 때문에 글로벌 바이오제약기업들도 파킨슨병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었지만 아직까지 성공한 곳은 없다. 글로벌 1위 제약사인 화이자는 올해 2월 파킨슨병 신약개발 프로그램을 중단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 대표는 파킨슨병 치료제 개발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펩트론의 파킨슨병 신약 후보물질인 ‘PT302’는 기존 파킨슨병 완화제인 ‘레보도파’의 대표적 부작용인 ‘이상운동증’을 현저하게 개선한 치료제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PT302는 동물시험에서 이상운동증을 대조군 대비 80% 이상 억제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레보도파를 5~7년 동안 먹으면 악효 발현시간이 짧아지고 저절로 춤추듯 몸을 흔드는 이상운동증이 생길 수 있다. 미국 파킨슨재단에 따르면 레도보파를 복용한 환자는 5년 뒤 50%, 10년 뒤 90%에게서 이상운동증이 나타나는 것으로 파악된다.
PT302의 국내 임상2상은 2020년 말에 끝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 2020년 상반기에는 미국에서 임상1상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PT302는 안전성이 검증된 약물을 활용했고 연구자 임상에서 파킨슨병에 효과를 나타낸 점 등을 고려하면 성공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며 “미국 국립보건원(NIH)로부터 바이오마커(다중생체지표) 설정 등 임상설계 자문을 받았다는 점에서도 개발 신뢰도가 높다”고 평가했다.
최 대표가 처음부터 파킨슨병 치료제에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최 대표는 2014년 희귀병 질환을 앓고 있는 50대 한 남성으로부터 이메일 한통을 받은 뒤 복제의약품 개발에서 파킨슨병 치료제 개발로 회사의 방향을 틀었다. 파킨슨병 증상과 유사한 ‘소뇌위축증’ 환자의 사연을 읽고난 뒤 복제약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겠다고 결심한 것이다.
최 대표는 2014년 미국국립보건원(NIH) 산하 노화연구소(NIA)와 퇴행성 신경질환 치료제의 기술이전 및 연구개발 계약을 체결한 뒤 6년째 파킨슨병 치료제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최 대표는 파킨슨병 치료제 PT302의 임상2상을 마친 뒤 기술이전을 추진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따라서 이르면 임상2상이 끝나는 2020년 말 성과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임상2상에 성공하더라도 기술이전이 쉽지 않을 것이란 시선도 있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파킨슨병 치료제 개발에서 쓴 맛을 많이 봐 기술이전에 소극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의 한 바이오기업 대표는 “국내 기업이 파킨슨병 치료제의 임상2상까지 효과가 좋았다는 것을 입증하더라도 기술이전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며 “특정한 세그먼트(부분)에 효과가 있는 것을 부각하는 것이 기술이전이나 글로벌 제약사와의 협업에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