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에도 전날보다 5.24% 빠졌는데 또 다시 5% 넘게 내리면서 아시아나항공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뒤 이틀 사이 10% 넘게 하락했다.
이에 따라 주가는 종가 기준으로 2011년 9월26일 이후 8년2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주저앉았다.
HDC 주가는 애초 민간택지 아파트 분양가 상한제 도입 등 건설업을 향한 규제 강화에 아시아나항공 인수전 참여에 따른 불확실성이 더해지면서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였는데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소식이 하락폭을 키운 것으로 보인다.
정 회장이 HDC 지분 추가 확대에 나설 가능성이 나온다.
정 회장은 지난해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한 뒤 꾸준히 장내 매수를 통해 HDC 지분을 확대했다.
지난해 9월 보유하고 있던 HDC현대산업개발 주식을 현물출자하고 HDC 신주를 받는 방식으로 HDC 지분율을 13.36%에서 31.41%로 늘린 데 이어 최근 1년 동안 222억 원을 투입해 지분율을 33.68%까지 확대했다.
3분기 기준 정 회장을 비롯한 특수관계인의 HDC 지분은 37.03%에 이른다. 2018년 3분기보다 2.74%포인트 늘었다.
정 회장이 지속해서 지분을 늘리고 있지만 HDC는 특정 기관투자자들의 지분율이 높아 정 회장이 확고한 지배력을 확보했다고 보기에는 아직 무리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HDC는 9월 말 기준 지분 11.1%를 보유한 국민연금공단이 2대 주주, 11월1일 기준 지분 7.08%를 보유한 KB자산운용이 3대 주주다.
이밖에도 지금은 지분율이 5% 아래로 내려가 신고의무가 없지만 외국계 투자자인 블랙락과 템플턴자산운용 등도 지난해까지 HDC의 지분을 5% 이상 들고 있었다.
국민연금공단은 지난해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했고 KB자산운용은 최근 SM엔터테인먼트를 대상으로 적극적 경영참여를 하는 등 행동주의 성향을 강화하고 있다.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으로 국내외 기관투자자들의 요구사항이 늘고 있는 만큼 정 회장이 현재 지분율로는 경영간섭을 받는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
정 회장의 지배력은 다른 지주회사와 비교해도 상대적으로 낮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국내 145개 지주회사의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평균 지분율은 54.1%에 이른다. 범위를 자산규모 5조 원 이상의 대기업집단 가운데 총수가 있는 26개 지주회사로 좁혀도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평균 지분율은 49.7%나 된다.
현재 HDC 주가는 정 회장이 지난해 11월 처음 HDC 주식을 샀을 때 주가 1만7천원 대보다 30% 이상 낮다. 정 회장이 현재 주가 수준에서 지분 확대를 이어갈 가능성은 충분한 셈이다.
오너의 지분 매입은 기업가치 상승과 관련한 시장의 기대감을 키우는 긍정적 효과도 낼 수 있다.
▲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12일 서울 용산구 아이파크몰 대회의실에서 아시아나항공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 회장이 앞으로 경영을 이어받을 가능성이 높은 세 아들을 통해 HDC 지분을 늘릴 가능성도 있다.
정 회장의 세 아들인 정준선, 정원선, 정운선씨는 5월 처음으로 HDC 주식을 취득한 뒤 3분기 기준 각각 10만 주(0.17%), 9만 주(0.15%), 5만1천 주(0.09%)까지 보유 지분을 늘렸다.
이들은 5월부터 8월까지 5차례에 걸쳐 34억 원 들여 HDC 지분을 샀는데 보유예금과 함께 HDC 지분을 담보로 빌린 자금 등을 활용했다. 정 회장의 큰 아들인 정준선씨는 1992년, 막내아들인 정운선씨는 1998년 태어나 아직 자금 여력이 충분하지 않은 만큼 차입금을 통해 지분을 확보한 것으로 추정된다.
장남 정준선씨는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마치고 현재 네이버의 사내독립기업(CIC)에서 병역특례로 복무하며 인공지능(AI) 분야를 연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HDC그룹 관계자는 “주식 매입 관련 사안은 개인적 부분이라 추가 매입 가능성 등 확인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