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준 하나은행장이 금융감독원의 징계와 관계없이 남은 임기를 끝까지 마치기로 했다. 그동안 중징계를 받은 은행장들은 대부분 중도퇴진했기 때문에 김 행장의 이런 결정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김종준 하나은행장 중징계 불구 임기 채우기로  
▲ 김종준 하나은행장
하나은행은 20일 "김종준 하나은행장이 내년 3월까지 남은 임기를 마치기로 했다"며 "대내외의 어려운 금융환경 속에서 CEO의 공백은 조직의 피해와 직결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실적악화로 금융권 전반에 걸쳐 효율적 경영관리가 우선시되는 상황에서 은행장이 없으면 조직 내 혼선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게 임직원들의 생각"이라고 전했다.

김 행장은 이날 "(중징계는) 연임이 안 된다는 뜻이지 임기 중에 물러나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내년 3월 임기까지 남은 기간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김 행장은 "(금융권에서) 35년을 일했는데 마지막 해이기 때문에 어찌 보면 남은 11개월이 제일 의미있는 시간이 될 것"이라며 "열심히 해서 잘 마무리하겠다"고 말했다.

김 행장은 하나캐피탈 사장 시절 김승유 당시 하나금융 회장의 지시를 받아 옛 미래저축은행 유상증자에 참여했다가 손실을 낸 혐의로 금융감독원에서 지난 17일 문책경고(상당)의 중징계를 받았다. 김승유 전 회장은 경징계인 주의적경고(상당)를 받았다.


하나캐피탈은 2011년 저축은행 구조조정 당시 미래저축은행에 145억 원을 투자했으며 60억 원의 피해를 봤다. 금감원은 하나캐피탈이 투자과정에서 가치평가 서류를 조작하고 이사회를 개최하지 않은 채 사후 서면결의로 대신했다는 점을 문제로 삼아 이런 징계를 결정했다.

금감원은 이 사안에 대해 한번 검사를 벌인 뒤 다시 검사를 해 징계수위를 올렸다. 금감원은 지난해 9월 김 행장에게만 문책경고보다 한단계 낮은 주의적 경고를 주는 제재안건을 상정했다가 논란이 일자 다시 검사에 들어가 이번에 김 행장의 징계 수위를 높이면서 김 행장과 김 전 회장 두명을 징계했다.

이 때문에 김 행장이 앞으로 금감원 징계에 불복하는 행정소송 등을 낼지가 주목된다.

금융사 임원에 대한 징계는 주의, 주의적 경고, 문책경고, 직무정지, 해임권고 등 5단계로 나뉜다. 문책경고 이상의 중징계를 받으면 향후 3∼5년간 금융권 재취업이 제한돼 사실상 금융권에서 퇴출된다.

황영기 전 우리은행장은 1조6000억 원 규모의 파생상품 투자 손실로 2009년 ‘직무정지 상당’의 중징계를 받고 KB금융지주 회장에서 물러났고 강정원 전 국민은행장도 2010년 카자흐스탄 BCC은행 투자손실과 관련 중징계를 받은 후 임기를 3개월여 앞두고 사임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