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신용카드 업계 1위인 신한카드가 국내 전용카드를 외국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길을 넓혔다. 우선은 가까운 일본에서부터다. 비자와 마스터 등 국제카드사의 해외겸용카드가 국내에서 과도한 분담금을 받아가고 있는 데 일침을 놓은 것이다. 다른 카드사들도 이에 동조할 것으로 보여 국제카드사가 완고하게 고수하는 분담금 정책이 바뀔지 주목된다.

  신한카드, 국내카드로 일본에서 결제 가능  
▲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
17일 신한카드에 따르면 신한카드는 오는 22일 국내 전용카드를 일본에서 사용가능하도록 NTT DATA와 사업제휴를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한다. NTT DATA는 일본에서 결제단말기 70만대를 보유하고 있는 결제대행사다.

신한카드와 NTT DATA의 제휴로 이르면 9월부터 신한카드 국내 전용카드로 일본에서 결제가 가능해진다.
 
해외이용 수수료 0.18%가 부가되지만 기존 해외겸용카드를 일본에서 사용하는 경우보다 환차손이 적다. 기존 해외겸용카드는 엔화를 달러로 계산하고 달러를 원화로 계산해 청구하지만 신한카드는 엔화를 바로 원화로 계산해 청구함으로써 이중 환전을 하지 않아 그만큼 부담이 줄어든다.

신한카드는 이번 제휴로 국제카드를 이용할 때 내는 사용분담금과 발급 및 유지 수수료 약 7억 원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비자카드의 경우 연간 0.32달러~1달러, 마스터카드는 연간 0.2달러~1달러의 발급 유지 수수료를 받는다. 또 두 카드사 모두 국내 사용액의 0.04%, 해외사용액의 0.02%를 사용분담금으로 받는다.


국제카드 사용으로 인한 분담금과 수수료는 이전부터 ‘국부유출’로 여러 차례 지적됐다. 해외에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국내에서 사용하는데도 분담금을 내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특히 해외겸용카드 7천만 장 중 86%는 한번도 해외에서 사용된 적이 없는데도 사용분담금을 내고 있는 실정이다.

2008년부터 2012년 상반기까지 국내카드사가 국제카드사에 지불한 사용분담금은 4280억 원, 발급 및 유지 수수료는 913억 원이다. 이 중 국내 사용분담금이 72.7%(3776억 원)를 차지한다.


신제윤 금융위원장도 지난해 “해외겸용카드를 국내에서만 사용하는데도 수수료를 내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문제 개선을 위한 특별대책팀을 꾸렸다. 이달까지 네 번이나 회의를 했으나 여전히 국제카드사의 완강한 태도는 변하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국제카드사를 통하지 않고 해외에서 결제할 수 있는 국내카드도 인기다. BC카드는 2011년 BC글로벌카드를 출시해 3년간 470만장을 발급했다. 이 카드는 비자나 바스터 등 국제카드사를 통하지 않고 103개 국에서 사용가능하다. 따라서 사용분담금과 발급 및 유지 수수료는 물론 사용자가 부담해야 하는 1%의 국제카드 수수료도 내지 않는다.


신한카드가 일본에서 국내 전용카드 결제를 가능하게 함에 따라 KB카드, 삼성카드, 현대카드 등 다른 카드사들도 해외에서 사용가능한 카드 도입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