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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이 17일 세월호 침몰 사고 현장을 방문해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
세월호 침몰 사고 대처에 박근혜 대통령과 정홍원 총리까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수학여행 고교생들의 참변이라 그만큼 충격적이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직접 침몰현장을 방문했고 정 총리는 물세례까지 받으며 사태수습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분위기는 냉랭하다. ‘안전’을 최우선으로 내놓았던 박근혜 정부의 국정목표가 흔들리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17일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세월호 침몰 사고 현장을 직접 찾았다. 박 대통령은 “소식을 듣고 가만히 있을 수 없어 나왔다”며 “생존자가 있다면 1분 1초가 급하니 구조에 최선을 다하라”고 독려했다.
박 대통령은 서망항에서 소형 해경정에 승선해 인근 바다로 나간 뒤 해경경비함정으로 옮겨타고 세월호 침몰현장을 찾았다. 가늘게 내리는 비에 안개까지 짙게 껴 시계는 1㎞ 이하에 불과할 정도로 날씨는 좋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함정 갑판에서 침몰한 세월호를 보면서 사고상황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박 대통령은 오후 2시께 해경 지휘함으로 이동해 조타실에서 김문홍 목포해양경찰서장으로부터 상황설명을 들은 뒤 "얼마나 가족이 애가 타겠나"며 "어렵고 힘들겠지만 최선을 다해 달라"고 당부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진도읍 실내체육관을 방문해 실종자 가족들에게 "마지막 한 분까지 구조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이 자리에서 지키겠다고 한 약속이 지켜지지 않으면 여기 있는 사람들 책임지고 물러나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것에 대해 철저한 조사를 통해 원인을 규명할 것"이라며 "책임질 사람이 있다면 엄벌토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이 체육관에 들어서자마자 실종자 가족들은 박 대통령이 손을 붙잡고 눈물을 흘리며 "우리 애 좀 살려달라. 물속에 살아있다. 제발 꺼내달라. 한두 명이 아니다"라고 호소했다.
박 대통령은 16일부터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에게 실시간으로 현장상황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뜬눈으로 밤을 샜다고 전했다.
세월호 침몰사고 대책본부장은 정홍원 총리가 맡았다. 목포 해양경찰청에 대책본부가 꾸려졌다. 부본부장은 해양수산부·안전행정부 장관이다. 교육부·보건복지부· 국방부·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해양경찰청장, 방재청장, 해군참모총장, 전남도지사가 대책본부 위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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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홍원 국무총리가 17일 진도 실내체육관에서 실종자 가족들의 저지를 뚫고 빠져나오고 있다. |
정 총리는 16일 밤 늦게 중국과 파키스탄 순방에서 돌아오자 마자 곧바로 목포 해양경찰청에서 긴급 사고대책 관계장관회의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정 총리는 “후진국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며 “정말 안타깝고 괴롭다”고 말했다.
정 총리는 회의를 마치고 자정이 조금 넘은 시간 진도 실내체육관을 찾아가 실종자 가족들을 만났다. 정 총리는 “구조활동을 책임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 대처에 불만을 품은 가족들의 거센 항의에 부딪혔다.
격앙된 실종자 가족들은 “우리 아이들을 살려내라”며 소리쳤고 일부는 정 총리에게 욕을 했다. 정 총리가 체육관을 빠져나가려 하자 이를 저지하며 생수병을 던졌다. 정 총리는 갑작스런 물세례에 머리와 어깨 일부가 젖었다.
정부는 이번 사고수습에 정 총리를 대표로 내세울 정도로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사안도 사인이지만 눈앞에 다가온 지방선거에 대한 부담감도 크게 작용한 것을 보인다. 여야는 선거유세를 잠정중단했다.
박 대통령은 후보시절 ‘국민안전’이라는 공약을 내놓을 정도로 안전을 강조했다. 박근혜 정부에서 행정안전부의 명칭을 안전행정부로 바꾼 것도 이런 뜻이다. ‘안전한 사회 구현’을 핵심 국정 목표로 추진해 지난해 5월 국민안정종합대책을 발표했다. 또 정부 부처별로 차관과 차장급 월례회의인 ‘안전정책조정회의’를 신설했다. 박 대통령은 “국정목표인 국민행복을 열어가는 데 있어 안전은 가장 기본적 토대”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해 7월 태안 해병대캠프 사고, 2월 경주 마우나리조트 붕괴 사고에 이어 이번에 또다시 대형 사고가 터지면서 박근혜 정부가 강조하는 안전은 설 자리를 잃게 됐다.
인천에서 제주로 가던 여객선 세월호는 16일 오전 전남 진도 부근 바다에서 침몰했다. 세월호에 수학여행 중인 안산 단원고 학생 325명 등 475명이 탑승하고 있었다. 17일 현재 구조자 179명, 사망 및 실종자 296명이다. 해군과 해경이 잠수부를 동원해 수색 작업을 펼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