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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과 김신 삼성물산 사장. |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결정적 변수가 나타났다.
국민연금이 삼성물산 합병과 유사한 사례인 SK와 SKC&C 합병에 반대의 뜻을 나타내면서 그동안 국민연금이 삼성물산 합병을 찬성할 것이라는 확신이 흔들리고 있다.
삼성물산의 합병은 순식간에 안갯속으로 빠져들었다.
국민연금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는 24일 SK와 SKC&C 합병에 대해 반대하기로 결정했다. 국민연금은 합병 취지에 공감하나 합병비율에 문제가 있어 주주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 국민연금 SK 합병반대, 움찔하는 삼성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과 SK와 SKC&C 합병은 유사한 점이 많다. 두 합병이 모두 오너 지배력을 높이기 위한 목적이 뚜렷한 데다 합병비율 산정이 불공정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때문에 SK와 SKC&C 합병에 대한 국민연금의 태도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대해 국민연금이 어떤 선택할지 파악할 수 있는 가늠자로 여겨졌다.
물론 SK와 SKC&C의 경우 국민연금이 반대해도 합병이 무산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SK그룹 우호지분만 30%가 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의결권 자문기관도 합병안에 찬성의사를 나타냈고 기관투자자들도 SK그룹에 손을 들어주고 있다.
하지만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은 상황이 다르다. 삼성물산의 경우 삼성그룹과 특수관계인 지분이 13.82%에 지나지 않는다. 여기에 백기사인 KCC 지분을 더해도 19.79%로 20%를 밑돈다.
삼성물산은 7월17일 열릴 임시주총에서 반대의견의 두배가 넘는 찬성의견을 확보해야 합병안을 통과시킬 수 있다.
엘리엇매니지먼트가 7.12%를 보유하고 있는 데다 네덜란드연기금, 일성신약, 소액주주 등이 합병에 부정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안심할 수 없다.
이 때문에 10.15% 지분을 보유한 국민연금의 의사가 매우 중요하다. 국민연금은 국민연금을 제외한 나머지 국내 기관투자자들이 보유한 지분과 맞먹는 삼성물산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국민연금을 뺀 나머지 기관투자자가 모두 삼성물산 합병안에 찬성한다 해도 삼성물산이 확보한 의결권은 30% 수준에 그친다.
그런데 만약 국민연금이 합병안에 반대하면 나머지 기관투자자들의 지지를 얻어도 삼성물산 합병은 통과가 어려워질 수 있다. 삼성물산은 국민연금이 보유한 10% 반대표를 상쇄하려면 20% 찬성표를 더 확보해야 한다.
국민연금의 무게감은 단순히 지분 10%로만 평가할 수 없다. 국민연금은 국내 증시에서 가장 큰 손으로 기관투자자들을 대표한다는 상징도 있다. 국민연금이 반대의견을 낼 경우 다른 주주들이 그 뒤를 따를 가능성도 크다.
특히 국민연금이 반대할 경우 그동안 삼성물산 합병에 의사결정을 하지 못하고 주저하는 투자자들을 반대로 돌리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
지난해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 합병이 무산된 것도 국민연금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은 SK-SKC&C 합병과 상황이 다르다”며 “국민연금이 합병가치를 충분히 고려해 의사결정을 내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다급한 삼성물산, 주주 마음 얻을까
국민연금의 선택이 불투명해지면서 삼성물산의 마음은 다급해졌다. 삼성물산은 주주들을 설득하는 데 더욱 주력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 사업 시너지를 위해서라고 주장한다. 지배구조 간소화 이유로 합병하는 SK와 다르다는 것이다. SK의 경우 합병으로 주주가치가 높아지는 부분이 크지 않으나 삼성물산은 합병하면 주주가치가 올라가는 효과가 크다고 강조한다.
삼성물산은 합병이 주주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논리로 글로벌 의결권 자문기관인 ISS 설득에 힘을 쏟고 있다.
최치훈·김신 삼성물산 사장은 19일 직접 컨퍼런스콜을 통해 ISS와 접촉해 삼성물산의 의견을 전달했다. 당초 삼성물산 경영진이 뉴욕 ISS 본사를 방문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으나 메르스 전파 등에 대한 우려로 컨퍼런스콜로 변경했다.
윤용암 삼성증권 사장은 24일 수요사장단회의 참석 이후 “ISS에 합병 당위성에 대한 삼성물산의 입장을 잘 설명했다”며 “ISS가 공정하게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ISS의 권고는 해외 투자자들의 의사결정에 절대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국내사정에 밝지 않은 해외 투자자들은 ISS의 권고에 따르는 경향이 많기 때문이다. 삼성물산은 외국인주주 비율이 30%를 넘기 때문에 ISS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국민연금 역시 ISS의 의견을 의사결정 근거로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국민연금은 SK 합병건에 대해서 ISS가 찬성의견을 낸 것과 달리 반대의견을 냈다. 끝까지 삼성물산이 마음을 놓기 어려운 이유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