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캐피탈이 가파르게 몸집을 불리며 캐피털회사로서 입지를 단단히 다져나가고 있다.
미래에셋그룹의 실질적 지주회사 역할을 했던 미래에셋캐피탈은 캐피털회사 본업을 키워 미래에셋그룹의 지배구조 논란에서 벗어나려는 것으로 보인다.
▲ 이구범 미래에셋캐피탈 공동대표이사(왼쪽), 이만희 미래에셋캐피탈 공동대표이사. |
31일 미래에셋캐피탈에 따르면 7월 5천억 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한 데 이어 올해 안에 또 한 번 5천억 원이 넘는 자금을 조달할 계획을 세워뒀다.
미래에셋캐피탈은 2월 기업어음(4천억 원)과 회사채(4천억 원)으로 이미 8천억 원을 조달했다.
29일 5천억 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는데 5천억 원 이상을 추가로 확충하면 2019년에만 2조 원가량의 자금을 마련하게 되는 것이다.
2018년 1조 원가량의 자금을 조달했다는 점과 비교하면 올해 조달액이 지난해보다 2배가량 늘었다.
미래에셋캐피탈은 리테일금융 비중을 기업금융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세워둔 만큼 이번에 조달한 자금을 리테일금융 경쟁력 강화에 적극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래에셋캐피탈 관계자는 "이번에 조달한 자금은 차입금 상환, 리테일금융 등에 활용할 것"이라며 “5천억 원 규모의 회사채를 한 번 더 발행할 계획을 세워뒀는데 금액, 시기 등은 아직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처럼 미래에셋캐피탈이 자산규모를 키우는 데 속도를 내는 것은 미래에셋그룹 지배구조 논란에서 더욱 멀어지기 위한 목적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래에셋캐피탈은 전체 자산 가운데 미래에셋대우, 미래에셋생명 등 관계회사 지분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이 넘어 미래에셋그룹의 '실질적 지주회사'라는 비판을 줄곧 받아왔다.
이에 따라 미래에셋캐피탈은 지주사로 전환을 피하고 지배구조 논란에서 멀어지기 위해 기업금융을 중심으로 본업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 부쩍 힘을 쏟았다.
금융지주사법상 특정 금융회사가 보유한 계열사 주식 가치(장부가액 기준)가 자산의 50%를 넘으면 지주사로 강제전환된다.
그 결과 미래에셋캐피탈은 빠른 속도로 자산규모를 키우며 전체 자산 가운데 관계회사 지분이 차지하는 비중을 2016년 말 57%에서 2019년 3월 말 28%까지 대폭 줄였다.
미래에셋캐피탈의 자산규모는 2017년 말 3조2138억 원에서 2018년 말 4조9016억 원으로 52.5% 불었다. 올해 들어서도 2019년 3월 기준으로 5조5513억 원으로 늘었다.
미래에셋캐피탈이 몸집을 불리면서 미래에셋그룹의 자본 건전성을 올리는 데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이 금융그룹의 건전성 감독을 강화하기 위해 '스트레스테스트 모형' 개발에 나서면서 미래에셋그룹을 향한 지배구조 개편 압박 수위를 높일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금융위가 1년 동안 금융그룹 통합감독제도를 시범운영하고 자본비율을 시뮬레이션한 결과 감독대상인 7개 금융그룹 가운데 미래에셋그룹의 자본비율이 가장 낮았기 때문이다.
미래에셋그룹의 자본비율은 125.3%로 집계됐다. 기존 자본비율인 282.3%에서 계열회사 사이 중복된 자본을 빼고 전이될 수 있는 위험을 더한 결과 157%포인트 줄었다.
자본비율은 총자본에서 계열사 간 중복자본을 제외한 값을 최소요구자본, 집중위험, 전이위험 등을 더한 값으로 나눠서 구한다. 자본비율이 높을수록 금융그룹들이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이 좋다는 것을 뜻한다.
같은 기준을 적용했을 때 기존 자본비율보다 삼성그룹은 109.2%포인트, 교보그룹은 108%포인트, 롯데그룹은 64.5%포인트, 한화그룹은 56.5%포인트, 현대차그룹은 43.4%포인트, DB그룹은 48.6%포인트 등이 줄었다.
이 점을 감안하면 미래에셋그룹은 자본비율이 낮을 뿐 아니라 하락폭마저 가장 큰 셈이다.
고상범 금융위 지배구조팀장은 “미래에셋그룹은 계열회사들이 '다단계'로 자본출자를 한 구조”라며 “이 과정에서 생긴 중복자본을 차감한 결과 자본비율이 크게 떨어졌다"고 말했다.
미래에셋캐피탈의 자본 여력이 충분해질수록 미래에셋그룹의 자본비율을 산출할 때 전이위험으로 자본이 깎여나갈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미래에셋캐피탈 관계자는 “미래에셋캐피탈의 자본확충은 금융그룹 통합감독제도와는 관계 없다”며 “캐피털업무를 강화하기 위해 운영자금을 늘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현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