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병현 기자 naforce@businesspost.co.kr2019-07-26 15:4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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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원 부광약품 대표이사 사장이 ‘바이오벤처 투자’로 결실을 맺으며 중견제약사의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유 사장은 바이오벤처 투자를 통해 부광약품의 신약 후보물질(파이프라인)을 강화하는 동시에 수익을 창출하는 ‘일석이조’ 효과를 얻고 있다.
▲ 유희원 부광약품 대표이사.
26일 바이오제약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바이오벤처 투자에서 가장 성공한 기업으로 중견제약사인 부광약품이 꼽힌다.
부광약품은 2018년 매출 연결기준으로 매출 1942억 원을 거둬 매출기준으로 보면 국내에서 35위에 불과하다.
하지만 최근 바이오벤처 투자로 얻은 수익은 대형 제약사들도 뛰어 넘는다.
가장 큰 성공은 국내 줄기세포 개발기업 안트로젠에 투자한 것이다.
부광약품은 2000년 안트로젠에 39억 원을 투자했는데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안트로젠 주식 약 100만 주를 매각해 774억 원의 수익을 올렸다. 부광약품이 안트로젠 지분 7%를 여전히 보유하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약 30배 이상의 차익을 낸 셈이다.
백인재 DS투자증권 연구원은 “부광약품은 국내 제약사 가운데 가장 효율적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을 구사해 투자성과를 내고 있다”며 “미국, 캐나다, 한국 등에서 모두 6개의 바이오벤처에 75억 원을 투자해 지난해 기준 683억 원을 회수했으며 미실현이익이 약 1154억 원 남아 있다”고 분석했다.
부광약품에서 바이오벤처 투자대상을 찾는 일은 유 사장이 직접 진두지휘한다.
유 사장은 미국국립보건원에서 박사 후 과정(포스트 닥터)을 거친 인물로 글로벌 제약업계의 흐름을 보는 눈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999년 부광약품에 입사해 임상개발담당 상무를 거쳐 2015년부터는 부광약품을 이끌고 있다.
유 사장은 부광약품이 개발하려는 신약과 관련된 기술을 보유한 바이오벤처에 투자해왔다.
단기간에 수익을 얻기 위한 단순투자가 아니라 부광약품의 신약 후보물질(파이프라인)을 강화해줄 바이오벤처를 찾아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투자를 통해 외부업체와 공동으로 신약을 개발하고 투자금 회수(엑시트)를 통해 수익을 얻는 선순환구조를 만들었다.
제약업계에 오픈 이노베이션 열풍 불기 전부터 부광약품은 이런 투자방식을 진행해 왔다.
유 사장은 지난해 부광약품 기업설명회에서 “부광약품이 투자한 회사 가운데 단순투자는 콜로시드와 오르카파마 뿐”이라며 “대부분 전략적투자자로서 연구개발(R&D) 회의에도 참여한다”고 말했다.
투자대상을 선정하는 작업을 외부업체에 맡기는 것도 특징적이다.
유 사장은 초기에 투자대상을 선별해 컨설팅회사에 의뢰를 한다. 바이오벤처의 성장성이나 시장성, 성공 여부 등을 모두 독자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유 사장은 올해 4월 한국경제와 인터뷰에서 “될성부른 바이오벤처를 어떻게 판별하느냐고 묻는데 특별한 비법 같은 것은 없다”며 “다만 ‘모든 것을 다 하지 않는다’, ‘기본부터 시작한다’는 원칙을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유 사장은 앞으로 벤처투자사 형태의 자회사나 별도조직을 만들어 투자역량을 더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벤처투자사를 설립하면 다양한 경로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어 지금까지보다 훨씬 큰 규모로 투자를 진행할 수 있다.
부광약품은 올해 5월 OCI와 5대 5 비율로 합작 투자회사인 ‘비앤바이오’를 설립하기도 했다. 유 사장은 비앤바이오를 통해 매년 100억 원 이상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부광약품 관계자는 “부광약품은 전문가로 구성된 별도팀을 운영하며 세계에서 연구개발되고 있는 가능성 있는 물질들을 매년 300개 이상 분석하고 있다”며 “향후 3년 동안 매출의 20%를 바이오벤처 투자나 신약 연구개발 등에 투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