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카타르가 발주를 앞둔 LNG운반선 40척의 입찰에 미쓰이E&S나 이마바리조선 등 일본 조선사들이 발주처 카타르가스로부터 입찰의향서를 받고도 수주전에 참여하지 않았다.
후동중화조선 등 중국 조선사들의 입찰 참여 여부는 아직 정확히 파악되지 않았으나 선박뉴스 등 일부 전문매체들은 카타르의 LNG운반선 수주전에 한국의 조선3사만이 남았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카타르의 LNG운반선 발주는 확정물량 40척과 옵션물량 40척에다 추가 옵션물량까지 예상되는 대형 프로젝트다.
그럼에도 일본 조선사들이 입찰을 보류한 것은 선박 건조기술이 뒤쳐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김현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카타르가스는 LNG운반선 확정물량 40척을 멤브레인형 LNG운반선으로 발주할 계획을 세웠다”며 “그러나 일본 조선사들은 모스형 LNG운반선에 특화돼 있다”고 분석했다.
멤브레인형 LNG운반선은 화물창이 선박에 일체화된 형태로 선체 위에 반구 모양의 화물창 여러 개가 조립된 모스형보다 기술력에서 크게 앞선 차세대 선박이다.
멤브레인형 LNG운반선은 같은 크기의 모스형 LNG운반선보다 더 많은 LNG를 운송할 수 있고 사고 발생 가능성도 낮다. 대규모 운송이 필요한 자원개발 프로젝트용 LNG운반선에 적합하다.
반면 모스형 LNG운반선은 한국의 조선3사가 LNG운반선 수주시장에 처음 뛰어들던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에 주로 건조되던 선박이다.
중국 조선사들도 LNG운반선 기술력에서 국내 조선3사에 상당히 뒤쳐져 있다.
게다가 후동중화조선이 건조해 인도한 LNG운반선은 엔진결함 탓에 지난해 운항 2년 만에 폐선되기도 했다. 글로벌 선사들의 신뢰를 잃은 만큼 상당기간 중국 조선사들은 발주처의 선택을 받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 놓여 있다.
이런 점에서 카타르의 LNG운반선 수주전은 사실상 국내 조선3사가 경쟁하는 '안방 잔치'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런 상황은 카타르 LNG운반선 수주전만으로 끝나지 않고 다른 수주전에서도 이어져 LNG운반선 수주시장에서 조선3사의 입지가 더욱 굳어질 가능성이 높다.
모잠비크에서도 미국 에너지회사 아나다코와 프랑스 화학회사 토탈이 각각 15척 안팎의 LNG운반선 발주를 준비하고 있는데 조선3사와 일본 조선사들이 수주경합을 벌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발주건들이 모두 대형 자원개발 프로젝트에 쓰일 LNG운반선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카타르 LNG운반선 수주전에서 드러난 조선3사와 일본 조선사들의 기술 격차가 모잠비크 LNG운반선 수주전에서 다시 부각될 수 있다.
조선3사가 프로젝트 단위의 LNG운반선 수주를 싹쓸이하며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LNG운반선 수주시장의 패권을 잡을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2018년 글로벌에서 발주된 LNG운반선 76척 가운데 조선3사가 86.8%에 이르는 66척을 수주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30척 가운데 21척을 수주해 비율은 70%로 낮아졌지만 여전히 압도적 면모를 보이고 있다.
앞으로도 글로벌 선박 발주시장에서 LNG운반선은 프로젝트 단위 또는 대규모 발주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영국 석유회사 BP는 미국 에너지회사 코스모스에너지와 손잡고 서아프리카 모리타니아해안의 토르트 가스전을 개발하는 계획을 준비하고 있으며 미국 석유회사 쉘은 캐나다의 브리티시컬럼비아주에서 진행되는 가스전 개발 프로젝트인 ‘키티맷 프로젝트’를 위한 기초설비를 한창 발주하고 있다.
그밖에도 여러 가스전 개발계획들이 가동을 준비하거나 최종 투자결정을 앞두고 있어 LNG운반선 발주시장의 호황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클락슨리서치는 2027년까지 연 평균 63척의 LNG운반선이 발주될 것으로 내다봤다.
조선3사 관계자는 “LNG운반선은 대표적 고부가선종으로 2018년 한국이 중국을 밀어내고 글로벌 수주 1위에 오를 수 있었던 원동력”이라며 “앞으로도 대규모의 발주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많은 수주를 따내 미래 실적도 개선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