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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
현대자동차가 해외와 국내에서 판매량이 큰 폭으로 떨어지며 주가가 폭락하는 등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 상황이 크게 개선될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현대차를 위기로 내몬 엔저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면서 현대차의 위기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현대차 내부의 위기감도 상당하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최근 임원회의에서 긴장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 현대차, 시가총액 4위 굴욕
3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정몽구 회장은 최근 임원회의에서 “현재의 대외상황은 개별기업이 어떻게 할 수 있는 변수가 아니지만 그래도 우리 스스로 헤쳐나갈 수밖에 없다”면서 “이럴 때일수록 신발끈을 조여매고 긴장감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다만 “너무 위축될 필요는 없다”며 “자신감을 품고 위기에 정면으로 맞설 것”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뿐 아니라 현대차 고위 경영진 사이에서도 지금의 상황이 금융위기 때보다 심각하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최근 내수와 해외에서 모두 판매부진을 겪으면서 주가가 폭락해 시가총액 순위가 한때 4위까지 내려앉는 등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현대차 주가는 2일 10% 이상 폭락한 데 이어 3일에도 전날보다 2.17% 떨어진 13만5500원에 장을 마쳤다.
현대차의 시가총액 순위는 이날 SK하이닉스와 한국전력에 밀려 장중 한때 4위로 내려앉았다.
현대차뿐 아니라 기아차와 현대모비스 주가도 한 달 동안 큰 폭으로 하락했다.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의 시가총액은 3일 기준으로 각 29조8474억 원, 18조2413억 원, 19조 9068억 원으로 합치면 총 67조6955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4월30일 3개 회사의 시가총액의 합계 80조3530억 원에 비해 12조 원 이상 줄어든 것이다.
증권 전문가들은 당분간 현대차 주가가 크게 반등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환율변수가 단기간에 바뀌기 어려운 만큼 당분간 현대차의 어려움이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최중혁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판매부진과 노사문제 등의 우려로 자동차업종이 당장 상승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신차출시 뒤 판매증가가 가시화하는 3분기 이후 비중을 늘리는 전략을 권한다”고 말했다.
◆ 미국과 중국 판매부진 현실화
현대차는 세계 최대의 자동차시장인 미국과 중국에서도 판매부진을 겪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5월 미국 자동차시장에서 주요 자동차회사 가운데 유일하게 고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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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진 현대차 부사장과 LF쏘나타 하이브리드 |
5월 미국에서 자동차가 10여 년 만에 가장 많이 팔렸지만 현대차는 그 혜택을 누리지 못했다.
GM(제너럴모터스), 피아트크라이슬러, 폴크스바겐 등의 판매량이 큰 폭으로 증가한 반면 현대차는 판매량이 10% 이상 떨어졌다.
세계 최대 자동차시장인 중국에서도 현대차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지난달 현대차의 중국공장 출하량은 지난해 5월보다 12%가량 감소했다.
현대차의 중국시장 주력모델인 엘란트라(한국명 아반떼)와 투싼 등이 노후화하면서 판매량이 급감한 데다 미국 자동차회사들이 적극적으로 할인정책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와 중국시장에서 2위 자리를 다투는 GM은 지난달 주요모델 40여 종의 가격을 1만 위안(176만 원)에서 5만3900위안(950만 원) 할인해 판매했다. 저렴한 가격을 내세워 공격적 판매에 나선 중국 현지 자동차회사들도 부담이다.
◆ 36개월 할부로 지킨 내수시장점유율 40%
현대차의 5월 내수시장 점유율은 간신히 40%를 넘긴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이 성적표 역시 사상최초로 36개월 무이자 할부 공세를 펼친 뒤 받은 결과라 더욱 뼈아프다.
미국의 금융전문지 배런스는 한국 자동차업계가 사면초가에 빠졌다고 진단하면서 실적부진의 원인을 환율 등 대외요인에서만 찾으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현대차의 주가하락은 국내 판매부진과도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현대차는 지난 5월 내수시장에서 지난해 5월보다 판매량이 8.2%나 줄었다. 36개월 무이자 할부를 적용한 쏘나타를 제외한 모든 차량의 판매량이 뒷걸음질했다.
현대차는 당분간 판매량을 이끌 만한 신차도 없는 상황이다.
현대차는 6월 싼타페의 부분변경 모델이 출시되고 7월 LF쏘나타 1.7 디젤모델과 1.6 터보모델이 출시되는 만큼 어느 정도 판매부진을 만회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