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이 과거에 발목이 잡혀 곤혹스러운 상황에 놓여있다.

조 회장은 2018년 6월 투명한 경영을 하겠다며 효성그룹을 지주사체제로 전환했지만 국세청이 오너 일가의 회삿돈 횡령 혐의를 잡고 고강도 세무조사를 예고해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오늘Who] 조현준, 효성 투명경영 가동했지만 과거에 계속 발목잡혀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20일 세무업계에 따르면 효성그룹 지주회사 효성을 대상으로 한 국세청의 조세범칙조사가 조만간 시작된다. 

국세청은 최근 조세범칙조사위원회를 열어 그동안 진행된 '효성 세무조사'를 조세범칙조사로 전환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세범칙조사는 탈세가 사기나 부정한 방법으로 이뤄졌다는 혐의가 포착됐을 때 처벌을 염두에 두고 이뤄진다는 점에서 조 회장으로서는 긴장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조세범처벌법 위반 여부를 다루는 조사인 만큼 국세청 조사가 검찰고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조 회장은 또다시 검찰조사를 받게 될 수도 있다.

조 회장은 2018년 1월 수백억 원대의 배임 혐의로 검찰에 피의자로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2010~2015년 효성 건설사업부문의 자재유통 과정에 측근이 세운 유령회사를 끼워 넣어 '통행세'를 받는 수법으로 비자금 100억 원을 조성했다는 게 혐의 내용이었다.

효성그룹은 2월부터 3천억 원 규모의 탈세혐의로 국세청 조사를 받고 있다. 국세청은 효성그룹 총수일가가 변호사 비용과 회장 사저의 증축비용 등을 회삿돈으로 대납한 정황을 포착해 세무조사를 시작했다.

조 회장은 지주회사체제 전환을 마무리하고 본격적 경영에 시동을 걸어야 하는데 자칫 진퇴양난의 상황에 몰릴 수도 있게 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아직 효성캐피탈 매각 이슈가 남아있기는 하지만 효성의 지주사 전환은 사실상 마무리됐다”며 “본격적으로 경영에 박차를 가해야 하는데 리스크에서 벗어나지 못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효성그룹에서 오너 리스크는 계속됐다.

그 시작은 2014년 국세청이 효성 법인과 회장일가를 조세포탈 혐의로 고발하면서다.

효성그룹은 효성물산이 1997년 IMF에서 낸 1조 원대의 부실을 10여 년에 걸쳐 처리하는 과정에서 1조원대 분식회계와 1000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혐의를 받았다.이 사건은 현재 1, 2심에서 모두 유죄로 인정됐고 대법원 최종 판단을 앞두고 있다.

국세청의 조세범칙조사 대상이 된 이번 사건에는 변호사 비용을 회삿돈으로 대납한 혐의가 포함되어 있는데 이 변호사 비용은 2014년 국세청의 고발로 시작된 비자금 관련 재판의 변호 비용에 쓰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2014년 7월에는 조 회장의 친동생 조현문 전 효성중공업 사장의 고발로 조 회장은 또 재판에 넘겨졌다.

조 전 사장은 조 회장이 자금 마련을 위해 조 회장이 보유한 효성계열사 주식 가치를 11배 부풀려 환급받는 등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과 배임 행위를 저질렀다며 검찰에 고발돼 기소됐다.

조 회장은 2018년 6월 ‘투명한 지배구조와 경쟁력 있는 경영지배권’을 내세우며 지주사 전환을 위해 인적분할을 단행했다. 효성을 지주사로 효성티앤씨, 효성첨단소재, 효성화학, 효성중공업 등 4개 자회사를 분할했고 2018년 12월 주주 대상 유상증자를 마무리하고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요건을 충족했다. 

효성그룹 관계자는 “사실관계를 성실히 소명하고 불법이나 탈법이 없었던 것을 입증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석현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