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수 이랜드그룹 회장이 프로 축구단을 창단한다. 소비재 위주인 이랜드의 사업과 맞물러 시너지 효과를 낳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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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성수 이랜드그룹 회장 |
한국프로축구연맹은 9일 "이랜드그룹이 내년 시즌 K리그 챌린지(2부리그) 참가를 목표로 지난 1년간 시장조사와 기획을 거쳐 축구단 창단의 로드맵 수립을 마쳤다"며 "박성경 이랜드그룹 부회장이 8일 권오갑 프로연맹 총재에게 서울시를 연고로 팀을 창단하겠다는 의사를 전했다"고 밝혔다. 이랜드 축구단은 강남에 위치한 잠실운동장을 홈구장으로 사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성수 회장은 2012년부터 이랜드 그룹을 ‘글로벌 유통레저 그룹’으로 키우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이번 축구단 창단은 그 구상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의류, 관광, 레저 등 이랜드의 사업영역에 축구단의 인기가 더해지면 그룹의 인지도를 올리는 것은 물론 매출도 증가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이랜드그룹은 6개 사업영역에서 250여 개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글로벌 매출 3조 원, 국내 매출 7조 원으로 총매출이 10조 원에 이른다. 6개 사업 영역은 의(의류), 식(외식), 주(건설․가구․생활용품), 휴(호텔․리조트), 미(백화점), 락(테마파크․여행)이다. 일상에서 쉽게 소비할 수 있는 소비재 산업이 주력이다.
의류나 생활용품 같은 소비재 기업은 기업의 이미지나 호감도, 인지도가 매출과 직결된다. 이랜드그룹은 축구단을 최고 인기구단으로 만들어 그 인기를 고스란히 사업 영역까지 확장하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소득이 높고 인구가 많은 서울의 강남을 연고지로 선택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랜드그룹은 이미 관중 수와 입장료, 기념품 등 수입에 대한 자세한 계획을 수립하는 등 준비를 철저히 해왔다고 전해진다.
이랜드그룹의 패션사업 내에 스포츠 브랜드가 다수 있는 것도 긍정적 효과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평소 야구광으로 소문난 박성수 회장이 야구가 아닌 축구 선택한 것도 이랜드의 해외진출을 감안했기 때문이다. 이랜드는 현재 중국과 미국, 아시아 등으로 사업을 확장중이다. 이미 중국에서 패션과 유통사업으로 성공을 거두고 있다. 지난해 패션 부문의 경우 중국에서만 2조3천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랜드그룹이 주력하고 있는 중국과 동남아의 경우 야구보다 축구의 인기가 높고 인지도도 높다. 중국의 경우 프로축구 관중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랜드그룹은 지난해 이미 한류열풍을 이용해 공연사업에도 진출했다. 축구단이 해외에서 인기를 끌게 되면 ‘한류공연 한국관광’으로 이어지는 락(樂)사업의 저변을 확대할 수 있다.
이랜드 축구단을 두고 일부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랜드는 지난 1992년 말 임마누엘선교축구단을 인수해 '이랜드 푸마'로 이름을 바꾼 뒤 운영했던 경험이 있다. 그러나 1997년 외환위기로 재정이 어려워지자 이듬해 2월 팀을 해체했다. 당시 실업무대에서 8차례 우승과 3차례 준우승을 기록하면서 승승장구했던 팀을 재정난 때문에 쉽게 버렸다는 비난에 시달리기도 했다. 일부 축구팬들이 우려의 시선을 보내는 이유다.
축구계는 이랜드그룹의 프로축구단 창단을 환영하고 있다. 특히 서울시에 하나의 연고팀이 더 생겨 ‘서울더비’가 가능해지는 것에 대해 축구팬들도 기뻐하고 있다.
이랜드는 오는 14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프로축구단 창단 발표와 함께 창단 의향서를 프로연맹에 제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