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 회장은 김 전 회장이 야심차게 추진했던 디지털사업의 큰 방향을 틀기로 결정하고 다시 구체적 전략을 세우고 있다.
JB금융은 다양한 외부 핀테크업체들이 새로운 금융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도록 JB금융의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를 공개한 오픈뱅킹 플랫폼 ‘오뱅크(Obank)’를 운영하고 있다.
‘오뱅크’는 김 전 회장이 공을 들였던 디지털사업으로 2017년에 첫 선을 보였는데 오뱅크를 해외에 수출하겠다는 계획을 추진했다.
김 전 회장은 올해 3월 임기를 마치기 직전까지도 싱가포르에서 열린 글로벌 핀테크업계의 최대 행사로 꼽히는 ‘머니 20/20 아시아’에 참석해 해외 금융회사와 IT기업에게 ‘오뱅크’를 직접 소개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기홍 회장은 취임한 뒤 지난해 12월 인도네시아 상업은행인 CIMB과 협업해 인도네이사에서 ‘오뱅크’를 내놓기로 한 계획을 중단했다. 이를 위해 추진하던 인도네시아법인 설립도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취임한 뒤 실시한 지주 조직개편에서 ‘오뱅크’를 중점적으로 맡았던 지주의 미래전략부 소속 직원들도 모두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권재중 JB금융지주 최고재무책임자(CFO)는 1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인도네시아에서 진행되는 사업이므로 규제 리스크가 있는데 그동안 이와 관련된 비용을 과소평가했던 것 같다”며 “인도네시아에서의 오픈뱅킹 플랫폼은 독자적으로 추진하기는 어렵고 관심 있는 투자자들이 있다면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이 올해 주요 과제로 자본 건전성 강화를 꼽은 만큼 비용을 줄이는 데 힘쓰겠다는 것으로 사실상 ‘오뱅크’ 해외사업은 중단하고 국내에서 현상유지하면서 새로운 디지털 전략을 마련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김 전 회장의 핵심성과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JB금융지주의 수도권 공략도 속도를 늦추고 호흡을 가다듬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 회장은 “JB금융지주는 다른 대형은행과 비교해 브랜드 가치도 떨어지고 수도권 진출 업력도 짧다”며 “수도권에서 성과가 난다고 연고지를 잃어버리면 정체성을 잃어버리는 것이니 만큼 수도권 진출과 동시에 연고지의 영업력을 단단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광주와 전남, 전북 등 JB금융지주가 기반으로 하는 지역에서 영업력을 다지는 데 힘을 쏟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JB금융의 디지털 역량 강화와 수도권 진출은 JB금융그룹을 초기에 이끈 김 전 회장의 공적이기도 하다”라며 “김 회장은 이런 굵직한 경영전략에 변화를 주는 만큼 그에 걸맞은 성과도 거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