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제주도지사가 다시 불거지는 중국인 대상 저가관광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기 위해 분주하다.
고부가가치 관광 확대, 관광객 다변화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법과 제도가 개선되지 않으면 제대로 효과를 보기 어렵다.
5일 제주도관광협회에 따르면 연초부터 3월까지 제주도를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은 20만4772명에 이른다.
2018년 같은 기간보다 94.7% 늘었다. 사드 사태의 후폭풍이 가라앉는 징조로 파악된다.
하지만
원희룡 도지사는 중국인 관광객 수가 회복되고 있는데도 마음이 편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인 단체관광객들이 늘면서 저가관광 문제가 다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도청 관계자는 “원 지사는 최근 다시 늘어나는 중국인 단체관광객에 대비해 저가관광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며 “고부가가치 관광 확대, 국내 여행업체 경쟁력 강화, 중국 외 다른 나라 관광객 유치 등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 지사는 3월 ‘제3차 관광진흥계획’을 발표하면서 저가관광 개선방안을 제시했다. 관광진흥계획은 제주도가 수립하는 모든 관광정책의 최상위 계획이다.
제주도는 최근 강세를 보이고 있는 마이스(MICE)산업에 주목했다. 2017년 기준 제주도는 국제회의 139건을 유치해 세계 도시 가운데 15위를 차지했다.
마이스산업 육성방안으로 마이스 시설 확충, 행사 참가자에게 지원금 지급, 마이스 전문인력 양성과 같은 정책들을 내놨다.
제주도는 베트남, 필리핀과 직항노선을 연결해 라오스, 미얀마,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국가 전반으로 제주도 관광의 영향력을 넓히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원 지사는 이런 정책들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저가관광의 주요 원인인 송객수수료와 이른바 인두세를 법적으로 제한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그동안 국내 여행회사들은 중국인 단체관광객을 모집할 때 중국 여행회사들로부터 돈을 받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중국인 관광객 1명당 얼마씩 돈을 지불하는 속칭 인두세를 내왔다.
인두세를 지불한 국내 여행회사들은 이익을 내기 위해 중국인들의 여행코스에 식비, 숙박비 등 지출을 최소화하면서 이들을 면세점과 쇼핑센터 등으로 데려가 송객수수료를 확보해야 한다.
송객수수료는 면세점과 쇼핑센터가 손님을 끌고 온 여행회사에 지급하는 일종의 리베이트다. 현재 송객수수료는 물건값의 20~3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여행회사가 송객수수료에 수입을 의지하면서 제주는 값싼 패키지상품과 면세점 쇼핑 중심의 저가관광 구조가 고착됐다.
문제는 저가관광이 이어지면서 제주도 관광의 이미지가 나빠지는데다 제주도민이 얻는 이익도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제주도의 관광수입은 2010년 2조4천억 원에서 2017년 5조6천억 원으로 2배 이상 성장했다. 하지만 관광객 1인당 부가가치는 2014년 12만2천 원에서 2017년 11만2천 원으로 오히려 낮아졌다.
제주도청은 중국인 등 외국인 관광객들이 제주도에서 소비하는 금액의 대부분이 면세점으로 흘러들어가고 있어 관광산업의 경제효과가 도민에게 전파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송객수수료와 인두세를 제한하기 위한 관광진흥법과 관세법 개정안은 2016~2017년 국회에 5건 넘게 발의됐지만 아직도 계류중이다.
제주도청 관계자는 “제주도가 조례를 개정해 송객수수료와 인두세를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중앙정부에서 반대하고 있어 쉽지 않다”며 “송객수수료와 인두세를 손대지 않으면 중국이 아니라 어떤 나라의 관광객을 유치해도 저가관광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제주도, 정부, 여행업계, 면세업계 등이 모두 머리를 모아 제도 개선에 시급히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