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수석부회장이 현대엔지니어링 지분을 처분하면 최소 20배 이상의 투자수익을 거두며 1조 원에 육박하는 현금을 손에 쥘 것으로 예상된다.
21일 장외주식 정보제공 사이트인 피스탁에 따르면 현대엔지니어링은 직전 거래일인 19일 1주당 81만 원에 거래를 마쳤다.
정 수석부회장은 2018년 말 기준 현대엔지니어링 지분 89만327주(11.72%)를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1주당 81만 원을 적용하면 정 수석부회장의 지분가치는 7212억 원에 이른다.
시장에서는 현대차그룹이 현대엔지니어링의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 기업공개(IPO)나 현대건설과 합병을 추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면 정 수석부회장의 지분가치는 더욱 올라갈 수 있다.
최근 상장한 현대오토에버는 4만8천 원에 공모를 진행했는데 현재 8만 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현대건설이 지분 38.62%를 보유한 최대주주이고, 정 수석부회장은 2대주주다.
정 수석부회장이 현대엔지니어링 지분 11.72%를 확보해 2대주주에 오르는 데 들인 비용은 374억 원 가량으로 추정된다.
현대엔지니어링은 2014년 정 수석부회장이 최대주주였던 현대엠코와 합병하면서 현재의 지분구조를 완성했다. 현대엠코는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을 품기 전 자동차공장의 신축과 증축 등 그룹사의 건설사업을 하기 위해 2002년 현대글로비스 아래 만든 회사다.
정 수석부회장은 2004년 현대글로비스로부터 현대엠코 지분 25.06%를 260억6천만 원에 매입하며 현대엠코 최대주주에 올랐다. 당시 현대엠코 지분은 정 수석부회장과 함께 현대글로비스가 24.96%, 기아차와 현대모비스가 각각 19.99%, 정몽구 회장이 10%를 들고 있었다.
정 수석부회장은 이후 2005년 주주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113억3천만 원 가량을 투입한 뒤 더 이상 현대엠코에 자금을 넣지 않았다. 2014년 현대엠코가 현대엔지니어링과 합병할 때도 추가 자금 투입은 없었다.
정 수석부회장이 현대엔지니어링 2대주주에 오르는 데 들인 비용 373억9천만 원과 현재 장외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을 반영한 지분가치 7212억 원을 비교하면 20배가량 차이가 난다.
15년 만에 20배의 평가이익을 거두고 있는 셈인데 앞으로 현대엔지니어링이 상장이나 현대건설과 합병을 통해 기업가치를 높이면 수익률은 더욱 높아질 수 있다.
정 수석부회장은 최근 현대오토에버를 상장하며 보유지분의 절반을 현금화해 투자원금의 190배가 넘는 현금을 회수했는데 현대엔지니어링 지분을 처분하면 다시 한 번 높은 투자수익을 거둘 수 있게 되는 셈이다.
하지만 현대엠코가 현대오토에버처럼 현대차그룹의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빠르게 성장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높은 수익률과 관련한 비판의 목소리 역시 피해가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엠코는 현대엔지니어링과 합병하기 전 마지막으로 계열사간 거래 규모를 공시했던 2012년에도 전체 매출의 64%를 계열사를 통해 올렸다. 현대엠코는 일감 몰아주기뿐 아니라 매년 50% 이상의 배당성향을 보이며 400억~500억 원 규모의 배당을 해 정 수석부회장의 현금줄 역할을 한다는 비판도 받았다.
시장에서는 정 수석부회장을 비롯한 총수일가가 기아차에서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 16.9%를 매입해 현대모비스를 향한 지배력을 높이는 방안을 현대차그룹의 유력한 지배구조 개편 시나리오 가운데 하나로 보고 있다.
현대차를 중심으로 계열사가 대부분 정리돼 있어 현대차 대주주인 현대모비스에 대한 오너 일가의 지배권 확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대모비스 지분 16.9%의 가치는 19일 종가 22만9천 원 기준 3조7618억 원에 이른다.
정 수석부회장은 최근 현대오토에버를 상장하면서 지분 절반을 매각해 1천억 원 가량의 현금을 손에 쥐었다. 시장에서는 정 수석부회장이 앞으로도 현대엔지니어링, 현대글로비스, 현대오토에버, 기아차 등 보유 지분을 매각해 현금을 지속해서 늘려나갈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현재 상장이나 합병과 관련해 검토하고 있는 바가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