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05년 부동산 공시가격을 도입한 뒤 고가 단독주택 소유자의 보유세가 오히려 줄어들었다는 주장이 나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7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2005~2018년 동안 서울 논현동·삼성동·성북동·이태원동·한남동의 고가 단독주택 15채를 대상으로 공시지가와 공시가격 변동을 분석한 결과를 내놓았다. 
 
경실련 “공시가격 도입 뒤 고가 단독주택 보유세는 오히려 줄어”

▲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관계자들이 7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부동산 공시가격이 도입된 2005년부터 2018년까지 고가 단독주택 15채의 공시가격 변동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시가격은 정부가 기준이 되는 토지와 건물의 적정가를 매해 일괄 조사해 알리는 제도를 말한다. 공시지가는 비슷한 유형의 토지를 대표할 수 있는 표준지의 공시가격을 가리킨다.

조사대상인 고가 단독주택의 토지와 건물을 포함한 공시가격은 2007년 이래 매년 공시지가보다 평균 7%, 최대 12% 낮게 책정됐다. 

고가 단독주택의 2018년 공시가격은 2005년 전의 공시지가와 건물가액을 합친 가격의 84% 수준에 머물렀다. 아파트처럼 공시가격을 시세의 70%로 가정했을 때와 비교하면 64%에 그쳤다.

고가 단독주택에 2005~2018년 동안 매겨진 보유세 누계액은 1채당 평균 4조5천억 원으로 조사됐다. 

2005년 이전에 보유세를 매기던 방식을 적용했을 때의 누계액 5조7천억 원보다 21% 적다. 아파트와 같은 공시가격을 가정해 산출한 보유세 누계액 8조3천억 원과 비교해도 45% 적다.

경실련은 “고가 단독주택을 보유한 사람들이 아파트 소유자보다 매해 3천만 원 정도의 세금을 덜 냈던 셈”이라며 “부동산 가격을 안정화하기 위해 도입한 공시가격제도가 고가 단독주택의 보유세를 오히려 낮췄다”고 주장했다. 

고가 단독주택 가격이 2005년 공시가격 도입 뒤 4배 이상 상승한 데에도 보유세 부담이 줄어든 점이 한몫했다고 경실련은 바라봤다. 

김헌동 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운동본부장은 “국토교통부와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이 고가 단독주택의 세금을 10여 년 동안 아파트 보유자의 절반 수준으로 깎아준 일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처사”라며 “앞으로 자체 조사와 감사 청구 등을 통해 진상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