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소각장 옆에서 살라고? 서울 은평구 행복주택 논란 거세

▲ 은평 준주거 행복주택 조감도 <서울주택도시공사>

쓰레기 소각장 옆에 들어선 임대주택에 살아야 하는 서울 은평구 '행복주택' 입주자들의 고민이 깊다. 

김모씨는 7월 서울 은평구 행복주택 입주를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5:1이 넘는 경쟁률을 뚫고 1월에 은평구 행복주택 입주자가 됐지만 코 앞에 쓰레기 소각장인 ‘은평환경플랜트’가 있기 때문이다.

은평뉴타운의 쓰레기를 모아 소각하는 은평환경플랜트에서 행복주택까지 거리는 100미터에 불과하다. 가족들은 “당장은 몰라도 오래 거주할 때 소각장 연기가 건강에 나쁜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계약을 만류했다.
 
김씨는 본가인 경기도에서 서울까지 출퇴근이 2시간 이상 걸려 늘 독립을 생각해왔지만 서울의 비싼 집세 때문에 엄두를 못 냈다.

다행히 행복주택 당첨이라는 행운이 찾아왔지만 아무래도 쓰레기 소각장 옆에 산다는 것은 내키지 않는 일이다. 

행복주택은 대학생, 청년, 신혼부부 등을 위해 대중교통 이용이 편리한 곳에 짓는 임대료가 저렴한 공공임대주택이다. 

김씨는 은행 대출을 받아 행복주택 보증금을 해결했다. 은행 이자에 월세 20만원과 관리비까지 내면 6.7평 오피스텔에 매 달 주거비로 40만 원 이상을 내야 한다.

서울지역 월세로는 싼 편이지만, 바로 앞이 쓰레기 소각장이다 보니 싸다고만은 할 수 없다.

입주자들 중 고민에 빠진 이들은 김씨만이 아니다. 은평구 행복주택 입주예정자 인터넷까페에는 “창 문을 열면 바로 쓰레기 소각장이라고 하니 입주를 해야 하나 고민이다”는 글이 올라와 있다.

"청년을 위한 복지라면서 청년의 건강을 저당잡고 행복주택을 지은 것 아니냐”라며 울분을 토로하는 글도 있다. 행복주택은 한 번 입주하면 다른 지역에 다시 신청할 수 없기에 입주를 포기했다는 이들의 사연도 있다. 

행복주택사업 주체인 서울주택도시공사는 쓰레기 소각장이 있다는 사실을 미리 밝혔기에 임대료가 저렴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주택도시공사 관계자는 “임대 공고문에 은평환경플랜트 위치로 소음, 미세먼지, 악취 등이 발생할 수 있음을 고지했다”며 “주변 상황을 고려해 행복주택이 대학생의 경우 주변지역 시세에 대비해 68% 가격으로 책정되는데 은평 행복주택은 57%로 낮게 측정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입주 후 불편사안이 접수되면 환경플랜트 주변에 폭 7m 구간의 방향성 수종식재를 심는다거나 강제 환기시설을 도입하는 식의 방안도 검토 중이다”며 “입주민들과 협의 아래 최선의 방안을 찾겠다”고 덧붙였다.

주거 불안을 겪고 있는 사회취약층을 위한 행복주택 사업이 성공하려면 더 실효성있는 복지정책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김진수 건국대학교 도시및지역계획학과 주임교수는 12일 건설경제에 기고한 ‘행복하지 않은 행복주택’에서 “행복주택은 다양한 주택의 공급이라는 측면에서 꾸준하게 추진할 필요는 있지만 진짜 행복을 꿈 꿀 수 있는 양질의 주택을 공급하는 방안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석현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