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웅범 LG이노텍 대표이사 사장이 허리띠를 졸라맸다. 그는 실적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연봉을 받았다. 무배당을 결정하면서 돈도 풀지 않고 있다. 재무관리를 통한 수익성 회복이라는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경영방침이 LG그룹 구석구석에 파고들고 있는 셈이다.
▲ 이웅범 LG이노텍 사장 |
이 사장은 지난 3월14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무배당을 결정했다. 이 사장은 2011년 12월 LG이노텍의 CEO로 부임한 이후 단 한번도 배당을 하지 않고 있다. LG이노텍은 2010년 주당 350원을 배당한 것이 마지막이었다. 올해까지 3년째 무배당을 하고 있다.
LG이노텍은 강한 긴축경영을 할 정도로 경영사정이 나쁘지 않다. 오히려 지난해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LG이노텍은 지난해 매출 6조2115억 원을 기록했다. 2012년 매출 5조3160억 원보다 16.8% 늘었다. 영업이익은 1362억 원을 기록해 773억 원이었던 2012년에 비해 76.1%나 증가했다.
이 사장은 주총에서 허리띠를 졸라맨 이유에 대해 직접 설명했다. 그는 “연결 순이익은 흑자였지만 개별기준으로 볼 땐 적자였다”며 “무리한 배당은 재무구조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높아 무배당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 사장의 말대로 LG이노텍은 지난해 별도기준으로 보면 500억 원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특히 4분기 실적이 좋지 않았다. 별도기준으로 345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고 연결기준으로도 126억 원의 적자를 냈다. 계절적 비수기에 접어들면서 수요가 둔화됐던 게 원인이었다.
이 사장의 허리띠 졸라매기에 LED사업 부문이 올해도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LED사업부는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으로 2천억원 이상의 손실을 기록해 LG이노텍의 발목을 잡고 있다. LG이노텍은 지난해 LED사업부문에서 2127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LED사업 부문의 실적 부진은 고정비용이 높은 탓이다. LG이노텍은 2010년 파주에 LED공장을 건설하는 등 총 1조30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했다. 그 결과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평균 2286억 원에 이르는 감가상각비가 발생하고 있다.
날로 치열해지는 부품시장에 대한 고민도 많다. 이 사장은 주총에서 “엔저 심화와 중국 업체들의 성장으로 올해 부품업체들의 경쟁이 더 치열해져 경영환경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렇게 미래 상황이 불확실한 만큼 이 사장은 우선 재무구조를 튼튼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올해 초부터 위기론을 강조하며 수익성 회복을 강조하고 있는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경영 방침과 깊은 관련이 있다.
이 사장도 주총에서 “올해 보급형 스마트폰 시장 성장에 대비하기 위해 부품 단가인하 등 가격경쟁력 확보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무관리를 통해 수익성을 개선하겠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