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는 26일 대우조선해양에 하도급법 위반 혐의로 시정명령과 과징금 108억 원을 내리고 대우조선해양 법인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전경.
대우조선해양은 2013년부터 2016년까지 하도급 업체 27곳에 해양플랜트 및 선박 제조를 위탁하면서 거래 조건을 적은 계약 서면을 발급하지 않은 혐의, 부당하게 낮은 하도급 대금을 지급한 혐의 등을 받는다.
현행 하도급법은 하도급 업체가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하도급 계약의 내용을 적은 서면을 미리 발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대우조선해양은 하도급 업체가 작업을 시작하기 전까지 계약 서면을 발급하지 않았다.
작업을 시작한 뒤 발생하는 추가 공사를 두고 대우조선해양이 ‘선 작업 후 계약’을 요구해온 사실도 드러났다.
이에 따라 하도급업체는 작업 수량이나 대금을 정확히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추가 공사를 진행할 수밖에 없었고 작업이 끝난 뒤에야 대우조선해양이 작성한 정산 합의서에 서명하도록 강요받았다.
대우조선해양은 사전에 서면을 발급한 것처럼 꾸미기 위해 계약 날짜와 기간을 허위로 작성하기도 했다.
수정·추가공사와 관련한 대금을 산정하는 과정에서도 기성 시수(작업 물량을 시간으로 변환한 것)를 실제보다 적게 배정하는 방식으로 하도급 대금을 부당하게 낮게 지급했다.
본공사는 보통 작업시간의 70% 이상이 기성 시수로 인정됐지만 수정·추가 작업을 한 시간은 20% 수준만 기성 시수로 인정됐다.
공정위는 자금 압박에 시달리던 하도급업체로서는 계약서 없이 기성 시수가 어떻게 산출된 것인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대우조선해양이 임의로 작성한 정산서에 서명할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대우조선해양은 대금 산출 근거가 없다는 사실이 하도급업체에 알려지면 소송 등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보고 기성 시수의 산정 근거를 숨기기도 했다.
대우조선해양이 부당한 특약을 강요해온 사실도 드러났다. 전체 계약금액의 3% 안에서 수정·추가 작업이 발생해도 본 계약에 포함된 것으로 봐 차액을 정산하지 않는다는 부당특약을 계약서에 넣었다.
대우조선해양은 하도급업체가 법인일 때 계약 이행 보증과 하자 보수 보증을 명목으로 공탁금을 요구하는 것과 별개로 대표이사 개인에게 연대보증을 하라는 계약조건을 설정하기도 했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는 원사업자가 하도급업체의 열악한 지위를 철저하게 악용해 대금을 부당하게 깎는 ‘갑횡포’ 행위에 제동을 걸었다는 데 의의가 있다”며 “현재 조사하고 있는 다른 조선업체의 위법 행위가 확인되면 엄중하게 조치해 조선업종의 불공정하도급 거래 관행이 근절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