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창규 KT 대표이사 회장이 친정체제를 강화했다.

레임덕 현상을 최소화해 남은 임기 동안 사업 추진력을 높이는 한편, 두 번째 연임을 위한 포석을 깔아놓았다는 말도 나온다. 
 
황창규, KT 친정체제 강화해 실적과 연임 동시 겨냥하다

황창규 KT 대표이사 회장.


19일 KT와 재계에 따르면 황 회장은 최근 이뤄진 인사에서 자신과 가까운 인사를 요직에 배치해 조직 장악력을 높인 것으로 분석된다.

황 회장은 김인회 KT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하는 동시에 보직을 비서실장에서 경영기획부문장으로 재배치했다. 경영기획부문은 KT사업 전반을 총괄하며 중추역할을 하는 조직이다. 

황 회장은 복심인 김 사장에게 KT의 안 살림을 맡기면서 대외 보폭을 넓히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김 사장은 황 회장이 2014년 삼성전자에서 KT로 옮겨올 때 직접 영입한 삼성전자 인맥으로 그를 향한 황 회장의 애정은 각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사장은 황 회장과 서울대 동문으로 황 회장을 가까운 거리에서 보필해왔다.

기존에 경영기획부문장을 맡아 황 회장을 보좌했던 구현모 사장은 Customer&Media(커스토머앤미디어)부문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커스토머앤미디어 부문은 KT가 1위를 하고 있는 IPTV사업 담당 부문으로 KT 조직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다. 

커스토머앤미디어부문 내부에 미디어플랫폼사업본부와 뉴미디어사업단을 신설하며 조직을 더 키운 뒤 구 사장을 보낸 만큼 황 회장이 구 사장에게 여전히 중책을 맡긴 것으로 평가된다.

현재 IPTV사업을 두고 통신사 세 곳의 시장점유율 다툼이 치열한데 구 사장은 앞으로 딜라이브 인수 등을 검토하며 KT의 비통신사업을 끌어올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황 회장은 법무실장인 박병삼 전무를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박병삼 부사장은 KT의 국회의원 로비 의혹과 관련한 경찰수사 과정에서 황 회장을 법률적으로 방어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다.

황 회장은 KT에 5G사업 주도권 다툼이나 딜라이브 인수, 비통신사업 강화 등 길지 않은 임기 동안 추진해야 할 굵직한 사업들이 쌓여있는데 이번 인사를 통해 이를 안정적으로 펼쳐나갈 수 있는 인적 기반을 구축한 것으로 보인다. 

남은 임기 동안 해당 분야에서 성과를 내려면 조직 장악력 강화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황 회장은 2017년 초 연임에 성공했을 당시 KT를 ‘플랫폼사업자’로 만들겠다는 2기 경영의 청사진을 제시했는데 현재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 만큼 KT의 새 성장동력 마련이 절실한 상황이다.

황 회장은 당시 미디어와 스마트에너지, 기업·공공가치 향상, 금융거래, 재난·안전·보안을 ‘5대 플랫폼’으로 선정하고 2020년에는 비통신분야 매출을 KT 전체 매출의 3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현재 비통신분야 매출은 10%(2018년 상반기)에 불과하다. 

황 회장은 박근혜 게이트가 불거진 상황에서 2017년 3월 연임에 성공했으나 2기 경영의 반환점을 돌기까지 외풍에 시달려 경영 성과를 내는 데 집중하기 어려웠다.

올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경찰이 황 회장의 구속영장을 신청하기도 했고 국회 국정감사에도 두 번이나 불려갔다.

황 회장은 이번 인사를 계기로 남은 임기 동안 더욱 공격적 경영 행보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KT의 경영실적을 높이고 미래성장동력을 확보한다면 두 번째 연임이 가능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2회 연임은 제도적으로 문제가 없다.

KT 기업지배구조헌장에 따르면 사외이사의 전체 재임기간만 10년으로 제한돼 있을 뿐 대표이사의 전체 임기에는 제한이 없다. 

재계 관계자는 “황 회장은 9월에 앞으로 5년 동안 혁신성장과 5G 사업 등 4차산업 인프라에 23조 원을 투자할 것이라는 청사진을 제시했는데 자신이 직접 나서서 큰 그림을 지휘한 만큼 스스로를 앞으로 진행될 KT 사업의 적임자라 생각할 수 있다”며 “이번 친정체제 구축도 그와 무관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