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진영 기자 lanique@businesspost.co.kr2018-11-14 18:0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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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박을 고장나게 하는 ‘불량 벙커유’ 문제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에 따라 LNG(액화천연가스)가 대체 연료로 재부각되는 만큼 중장기적으로 조선3사가 LNG추진선 수주 확대에 힘을 받을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 LNG추진선 이미지.
박무현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14일 “2020년 새 황산화물 배출 규제를 앞두고 정유기업들이 벙커유에서 혼합 저유황유 생산으로 방향을 돌리면서 낮은 품질의 벙커유가 늘어나고 있다”며 “선박 연료시장에서 벙커유 수요는 더욱 줄어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벙커유 품질이 자꾸 떨어지는 추세를 감안하면 이 연료를 쓰는 선박의 가치가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올해 6월부터 해운업계는 이른바 '나쁜 벙커유(bad bunker)' 이슈로 내내 시끄러웠다.
미국 휴스턴에서 벙커유를 주입한 선박의 연료필터와 그물이 막히면서 처음 문제가 불거졌는데 당시 미국 연안 경비대(USCG)는 안전 경보를 내리고 이 지역에서 연료를 넣은 선박에 연료 펌프의 고장 등이 생겼다고 발표했다.
이후 7~8월에 싱가포르와 파나마 등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이어지면서 심각성이 단숨에 높아졌다. 싱가포르는 벙커유 세계시장 점유율의 30%를 차지하는 세계적 벙커유 공급 거점이다. 8월까지 불량 벙커유로 문제가 생긴 선박은 200척에 이르며 휴스턴에서만 100척의 사례가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내연기관협회(CIMAC)은 최근 이 문제에 관한 조사 상황을 알리면서 정확한 원인을 찾아낼 수 없었다고 밝혔다. 연료들을 테스트한 결과 '나쁜 연료'와 '괜찮은 연료'를 구분할 수 있는 일관적이고 분명한 기준을 찾지 못했다는 것이다.
문제된 연료들이 선박용 연료유의 성분을 표준화하기 위한 국제 기준 'ISO 8217'를 통과했다는 점에서 선사들의 혼란은 더 커지고 있다.
발트국제해사협의회(BIMCO)는 새 환경 규제의 발효 시기가 다가올 수록 이런 문제가 필연적으로 더 생길 것이라고 경고했다. 황 함량이 적은 혼합유 수요가 늘어나면서 연료의 품질 하락과 오염 가능성이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라즈 로버트 페더슨 발트국제해사협의회 사무부총장은 "새로운 저유황유들은 아직 적합한 품질을 갖추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선박의 작동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며 "이런 사례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8월을 마지막으로 불량 벙커유 때문에 선박이 고장난 사례는 더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나 해운전문매체 쉽앤벙커(Ship & Bunker)는 12일 "선사들은 연료의 품질과 관련해 여전히 경계를 늦춰선 안된다"며 "연료 조사기관인 VPS는 최근 몇주 동안 침전물이 매우 많은 연료를 여럿 발견했다고 보고했다"고 말했다. 이번 불량 벙커유 이슈가 2020년에 일어날 사태를 미리 보여주는 전조일 수 있다는 것이다.
선박들이 2020년부터 기존 벙커유를 쓰려면 의무적으로 장착해야 하는 스크러버(황산화물 세정장치)에 관해서도 환경오염과 선박의 부식 문제로 잡음이 일어나고 있다.
현재 벨기에와 독일 라인강, 미국 메사추세추와 캘리포니아 지역 항만에서는 스크러버를 설치한 선박의 입항이 금지되었으며 해운강국 노르웨이에서도 피요르드 절벽이 지나는 해역에 모든 종류의 스크러버 금지를 추진 중이다.
이에 따라 LNG추진선이 새 환경 규제의 대안으로 가장 적합하다는 평가가 힘을 얻고 있다. LNG추진선은 기존의 벙커유 대신 LNG를 연료로 쓰는 배를 말한다. 현대중공업그룹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3사가 중국 조선사들보다 뛰어난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
박무현 연구원은 "결국 최적의 선박연료는 LNG가 될 것"이라며 "특히 최신 전자제어식 이중연료 저속엔진(ME-GI 엔진)은 기존의 엔진과 비교해 화학메탄 배출이 적어 지구 온난화를 막는 긍정적 이점도 있다"고 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