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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원랜드 이사회 장면. 국내 상장회사 중 상당수가 권력기관 출신 인사를 올해 사외이사로 선임한 것으로 나타났다. |
국내 기업들이 올해 사외이사로 고위 행정관료나 판검사 등 권력기관 출신 인사들을 주로 선임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벌닷컴은 국내 10대 재벌그룹이 올해 주주총회에서 새로 선임하거나 연임시키는 사외이사 119명 가운데 39.5%(47명)가 관료 출신이나 법조계 인사라고 9일 밝혔다.
신규로 뽑히거나 재선임된 사외이사 47명 가운데 전직 고위 행정관료가 18명을 차지했다. 판사나 검사를 지냈던 인사가 12명으로 뒤를 이었다. 공정거래위원회, 국세청, 금융위원회 출신 인사들도 이름을 올렸다.
두산그룹은 올해 선임한 사외이사 9명 가운데 8명을 행정관료나 법조계 인사 등으로 뽑았다. 두산인프라코어의 경우 한승수 전 국무총리, 윤증현 기획재정부 전 장관, 박병원 대통령실 전 경제수석비서관, 김대기 전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을 한꺼번에 사외이사로 영입했다.
현대자동차그룹과 현대중공업, 한진그룹은 올해 뽑은 사외이사 중 절반이 권력기관 출신이었다. 삼성그룹, SK그룹, 한화그룹, 롯데그룹 등도 2015년 선임된 사외이사 중 30% 이상이 관료였거나 전직 판검사다.
올해 특히 장차관 출신 인사들이 10대 재벌그룹 사외이사로 많이 선임된다. 행정관료 출신 인사 18명 가운데 12명이 전직 장차관이었다. 2013년 선임된 장차관 출신 사외이사 6명의 두 배에 이른다.
10대 재벌그룹이 아닌 일반 상장회사들도 전직 장차관이었던 인사들을 올해 사외이사로 대거 영입했다.
대신경제연구소가 지난 4일까지 주주총회 소집을 알린 상장회사 126개의 안건을 분석한 결과 사외이사 신규선임은 모두 86건인데 사외이사 후보자 가운데 11.6%가 전직 장차관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업들은 일반적으로 정부기관에서 재직한 경력이 있는 사외이사를 선임해 정부의 압력을 막고 인맥을 통한 이익을 보기를 원한다”며 “전직 장차관 출신 사외이사가 늘어난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이 사외이사를 오너나 CEO의 경영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본래 역할에 맞게 운영해야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은행권의 경우 지난해 집행된 안건 615개 가운데 사외이사들의 반대로 부결된 것이 단 2건에 불과했다. 특히 신한, 우리, 하나, 부산, 대구, 경남, 부산, 제주 등 8개 은행의 사외이사는 모든 안건을 찬성으로 통과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상장회사 전반으로 확대해도 사외이사들은 대부분의 안건에 찬성표를 던졌다. 2013년 기준으로 상장회사 91개는 평균 10.5회의 이사회를 열어 2151건의 안건을 처리했다. 이 가운데 사외이사가 반대해 부결된 안건은 하나도 없었다. 실질적 찬성률이 100%에 가깝다.
윤진수 한국기업지배구조원(CGS) 부연구위원은 “사외이사가 경영진을 견제하는 본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해 기업이 리스크를 안게 되는 일이 잦다”며 “문제가 생긴 의사결정을 내렸던 사외이사에게 책임을 지울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