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대형 IT기업의 삼각동맹이 무르익어 간다.
애플과 비교해 서비스 콘텐츠가 빈약한 삼성전자와 스마트폰 등 각종 서비스를 판매할 수 있는 하드웨어 플랫폼에서 절대 약세인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의 최고 경영진이 최근 잇따라 만나 협력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목표는 애플 따라잡기다.
12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 대표이사 사장은 최근 선다 피차이 구글 CEO와 만나 접는 스마트폰에 탑재될 운영체제와 인터페이스 소프트웨어에 관련해 논의했다.
고 사장이 내년 상반기 안에 반드시 접는 스마트폰을 시장에 내놓겠다는 목표를 밝힌 만큼 단기간에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안드로이드 개발사인 구글의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추정된다.
구글 역시 접는 스마트폰 출시를 고성능 게임과 고화질 동영상의 판매 확대 기회로 삼을 수 있기 때문에 삼성전자와 협력을 강화할 이유가 충분하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사티아 나델라 MS CEO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나 인공지능 및 클라우드사업과 관련된 협력 가능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IT 전문매체 온MSFT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등 모바일기기에 MS의 클라우드 플랫폼을 이용하는 다양한 서비스를 탑재하는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
온MSFT는 "MS는 삼성전자와 협력을 한 단계 더 확대해 클라우드 서비스의 영향력을 키울 기회를 맞을 것"이라며 "삼성전자는 MS에 반도체 공급 확대 등을 노릴 수 있다"고 보도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MS의 여러 서비스가 이전부터 삼성전자 스마트폰에 기본적으로 탑재돼 있었다"며 "앞으로 출시하는 제품에도 다양한 서비스를 적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구글과 MS는 모두 운영체제를 포함한 소프트웨어 플랫폼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지만 자체 하드웨어사업 확대에 고전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구글은 자체 브랜드 스마트폰 '픽셀' 시리즈와 태블릿 '픽셀북' 등을 내놓고 시장 확대에 힘쓰고 있지만 시장 점유율은 집계하기 어려울 정도로 미미하다.
MS는 과거 스마트폰사업 진출에 실패한 뒤 '서피스' 시리즈 태블릿과 PC 출시를 확대해 반등을 노리고 있는데 마찬가지로 눈에 띄는 성과를 올리지 못하고 있다.
구글과 MS는 모두 콘텐츠와 서비스의 고정 사용자층을 확보하기 위해 자체 하드웨어사업을 적극 키우고 있지만 하드웨어 기술력이 뒤처진다는 약점을 극복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스마트폰과 PC시장이 완전한 성숙기에 접어들어 단기간에 판매량 성장을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자연히 스마트폰과 태블릿 등 모바일 기기시장에서 이미 강력한 지배력을 확보한 삼성전자가 최적의 협력사로 부각되며 구글과 MS이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 역시 스마트폰에서 사용할 수 있는 '삼성클라우드' 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사용자들이 기존에 쓰던 클라우드 서비스와 연동이 어렵다는 단점 때문에 활용성이 높지 않다.
▲ 선다 피차이 구글 CEO(왼쪽)와 사티아 나델라 MS CEO. |
게임과 동영상 등 자체 스마트폰 콘텐츠 플랫폼도 사용자들에 존재감이 크지 않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하드웨어와 구글과 MS의 콘텐츠 및 서비스 플랫폼이 서로의 약점을 보완하면서 애플과 같은 강력한 생태계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애플은 아이폰 등 모바일 기기의 하드웨어와 운영체제, 클라우드 서비스를 모두 직접 개발한 성과로 사용자들이 이를 하나의 플랫폼 안에서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을 앞세우고 있다.
삼성전자는 구글과 협력해 개발한 새 인터페이스 소프트웨어를 접는 스마트폰뿐 아니라 갤럭시노트9 등 기존 스마트폰과 앞으로 출시하는 다른 스마트폰에도 적용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MS와 협력 성과로 클라우드 등 다양한 서비스 소프트웨어까지 탑재한다면 모바일 분야에서 애플과 맞설 수 있는 강력한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와 구글, MS 등 주요 IT업체의 협력은 모바일 분야를 넘어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 등 공통된 신사업 영역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충분하다.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삼성전자는 사물인터넷 생태계에 협력사를 적극 끌어들이는 개방형 전략을 앞세운 성과로 애플과 아마존 등 선두기업과 충분히 경쟁할 만한 수준으로 성장했다"고 보도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