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준영 기자 junyoung@businesspost.co.kr2018-11-02 14: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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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카드가 채권 분류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하며 부실채권 관리에 본격적으로 힘을 쏟고 있다.
하나카드는 1일부터 카드사들의 고질적 문제인 장기 연체 채권을 자동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채권 분류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했다고 2일 밝혔다.
▲ 정수진 하나카드 대표이사 사장.
10월1일부터 한 달 동안 시범기간을 거친 후 11월1일부터 본격적으로 이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
하나카드 채권관리부 관계자는 “하나카드 디지털추진위원회에서 직접 이번 도입과 관련한 안건을 검토한 뒤 실효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시행하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카드사들은 수수료 인하 압박 등으로 실적 악화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적을 끌어 올리기 위해 적극적 영업에 나서면 부실채권이 늘어나기 쉽고 자칫 '사상누각'이 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채권 관리는 더욱 절실한 과제이기도 하다.
자동화 시스템은 장기 연체 고객들의 연체금액, 연체항목, 연체비율, 연체 위험도 등 여러 항목들을 자동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해 비용을 절감하고 채권 관리 효율성을 높여준다.
기존에는 일일이 수기로 채권을 관리했는데 이를 전산화를 통해 자동분류하게 되면 채권을 회수할 수 있는 기간이 늘어나고 이에 따라 한 달 평균 3천만 원가량의 채권을 더 회수할 수 있는 것으로 추산됐다.
카드업계의 한 관계자는 “연체율이 높지 않은 단기 연체 고객들과 달리 장기 연체 고객들과 관련한 정보들은 살펴봐야 할 항목들이 늘어나는 만큼 자동화하기가 쉽지 않아 이를 도입한 카드사들이 많지 않은 편”이라고 말했다.
연체 위험성이 높은 고객들을 이전보다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게 된다는 점도 부실채권 관리에 보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신용도가 낮고 채무이력이 많은 고객들을 대상으로 별도로 현금 서비스 한도를 설정한다거나 부실화 우려가 높은 서비스 등은 연체비율이 낮은 ‘우량회원’을 위주로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나카드는 부실채권을 바짝 관리해 그동안 줄곧 발목을 잡던 채권 연체율을 낮추려는 것으로 보인다.
올해 상반기 기준 하나카드의 고정이하 여신비율은 1.62%로 카드사 가운데 가장 높았으며 지난해 말 1.49%에서 오히려 올랐다. 고정이하 여신비율은 총여신 가운데 연체기간이 3개월 이상인 '부실채권'의 비중을 의미한다.
1개월 이상 연체채권비율도 상반기 기준 2.32%로 같은 기간 국내 카드사 평균인 1.47%를 웃돌았다. 지난해 말 2.04%에서 높아졌다.
하나카드가 장기 연체 채권을 중심으로 관리 감독을 강화해야 할 필요성이 더욱 커지는 셈이다.
하나카드 관계자는 “그동안 하나카드는 시장상황 등을 고려해 다른 카드회사보다 채권을 보유하고 있는 기간이 다소 길었다”며 “이를 조기에 상각하거나 악성 채권을 집중적으로 관리하는 절차를 더욱 강화해 장기적으로 연체율을 낮춰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