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이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와 연계해 에너지저장장치(ESS)사업에 특혜를 주고 있지만 할인폭, 수혜대상, 운용방식 등 제도 개선을 검토하는 것으로 보인다.

1일 공기업계에 따르면 한국전력공사가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자에게 지나친 혜택을 주는 데다 전력수급 문제에서 정책적 효과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전력, 에너지저장장치 특혜제도 취지 살리기 위해 손본다

▲ 김종갑 한국전력공사 사장.


대규모 발전사업자들은 신재생에너지 공급 의무화제도(RPS)에 따라 재생에너지를 일정 분량 생산해야 한다. 직접 생산하거나 다른 발전사업자에서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를 구매해 할당량을 채운다.

한국전력은 발전사업자들에게 전기를 구매하면서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도 정산해 돈을 지급한다.

태양광, 풍력, 바이오매스 등 재생에너지 발전방식에 가중치를 둬 같은 양의 전력 공급인증서라도 가중치가 높게 적용되면 전력 생산자가 한국전력에서 정산금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다.

태양광발전은 설치 장소에 따라 최대 1.2까지 가중치를 받을 수 있는데 에너지저장장치를 연계하면 5까지 가중치가 인정된다.

여기에 더해 경부하 때 충전해 최대부하 때 방출하는 피크저감용 에너지저장장치는 경부하 때 충전하면 전기요금을 50%까지 할인받는다. 그리고 최대부하 때 방출하면 절감한 전력량의 3배에 해당하는 값을 기본요금에서 깎아준다.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0월 국정감사에서 “재생에너지와 에너지저장장치를 신산업으로 육성하려는 마음이 앞서다 보니 특혜가 지나치게 제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전력은 2017년까지 피크저감용 에너지저장장치에 전기요금 150억 원을 할인했다.

정책적 지원에 힘입어 2018년 상반기 피크저감용 에너지저장장치 보급량은 1129메가와트시(MWh)에 이르렀다. 2017년 상반기 보급량인 5메가와트시보다 225배가 넘는다.

이에 따라 한국전력이 감면해 줄 전기요금도 63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2018년 하반기까지 모두 1천억 원이 넘는 전기요금을 할인할 것으로 예상됐다.

에너지저장장치 혜택이 대기업에만 집중된다는 분석도 나왔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의원이 2017년 에너지저장장치 전기요금 할인금액 149억 원을 분석한 결과 13개 대기업이 받은 할인금액이 전체의 65%를 차지했다.

태양광연계 에너지저장장치 사업자들은 전력 수급 효율화라는 특혜제도의 취지는 뒷전에 두고 공급인증서 가중치 혜택을 받는 데에만 관심을 보여 에너지저장장치 특례제도가 사익 추구 수단으로 전락해간다는 얘기도 나왔다.

에너지저장장치 특례제도는 날씨 등 외부요인에 따라 생산량이 좌우되는 신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하고 최대부하 때 전력수급을 안정화하기 위해 시행됐다.

하지만 태양광발전 연계 에너지저장장치의 전력 충전 및 송출량을 비교한 결과 사업자들이 최대부하 때 충전하고 경부하 때 송출하는 경향을 나타냈다.

이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태양광발전 연계 에너지저장장치 사업자들은 미연계 사업자들보다 평균적으로 최대부하 시간 송출량이 375메가와트시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부하 때에는 태양광발전 연계 에너지저장장치 사업자들이 미연계 사업자들보다 1703키로와트시를 더 송출했다.

그러나 태양광연계 에너지저장장치 사업자들이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 가중치로 받는 혜택은 364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 의원은 “에너지저장장치를 이용한 태양광사업자들의 행태로 재생에너지 확대의 취지가 훼손되고 있다”며 “정부는 단순히 에너지저장장치를 확대하기 위한 인센티브 제공 차원에서 정책에 접근할 것이 아니라 에너지저장장치 설비 연계가 시간에 따른 전력 수요에 맞춰 충분히 공급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에너지저장장치 특례제도는 2020년 12월 일몰을 맞는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19년에 특례제도 연장 여부, 할인폭 조정 등 개선책을 논의하려고 했으나 국회 등에서 에너지저장장치 특례제도의 합리성과 관련해 비판과 의문이 제기되면서 논의 시점을 2018년 12월 안으로 앞당기기로 했다.

김종갑 한국전력 사장은 “에너지저장장치 할인제도와 관련해 중단을 포함한 전반적 제도 개선책을 검토하고 정부와 깊이 있게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