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권사들이 주식시장 침체를 맞아 하반기 실적이 기대치를 밑돌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사들은 안정성을 내세운 주가연계증권(ELS)상품으로 투자자들을 붙잡기 위해 더욱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어두운 증시에 증권사 실적 먹구름, 주가연계증권상품 판매에 온힘

▲ 25일 증권가 리포트를 종합하면 증권사들의 하반기 실적이 기대치를 밑돌 것으로 예상된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증권사들의 실적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업계 1위 미래에셋대우는 3분기 순이익 1226억 원을 내 시장기대치를 7% 밑돌았을 것으로 추산됐다.

하루 평균 거래대금이 2분기보다 33% 감소해 수탁수수료 수익이 26% 감소한 탓으로 분석된다.

NH투자증권, 하나금융투자,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대형 증권사들도 3분기 기대치보다 낮은 위탁매매 수수료를 올렸을 것으로 추산됐다.

글로벌 주식시장이 당분간 반등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우세한 만큼 국내 증권사들이 4분기에도 영업수익을 회복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조연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4일 미국 주식시장의 시세는 14일 만에 다시 하락폭이 커졌다”며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0년차에 접어든 미국의 경기 확장세가 둔화되고 있다는 판단이 확실해지고 있다”고 파악했다.

대외 변수에 취약한 코스피와 코스닥지수도 맥을 못추고 있다. 코스피는 연일 연중 최저점을 갈아치우고 있고 코스닥지수도 23일 이후 3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하인환 SK증권 연구원은 “미국 증시 급락에 따라 국내 증시도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며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들이 동반 매도세를 보인 것은 2012년 이후 처음인 데다 반도체 등 국내 주요 산업분야의 업황이 어두운 점도 우려 요인”이라고 바라봤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증시전망이 어두울 것으로 예상돼 왔던 만큼 증권사들이 그동안 해외 주식을 겨냥해 영업력을 강화했지만 글로벌 대외 변수를 놓고도 예측이 어려워 해외 주식 관련 상품을 고객들에게 내놓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증권사들은 안정성을 강조한 주가연계증권상품 등을 내놓는 전략으로 고객 유치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주가연계증권은 기초지수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하락하지 않으면 정해진 수익률을 보장받을 수 있는 상품이다. 지수가 투자 시점과 비교해 떨어질 가능성이 적을수록 수익을 낼 가능성이 높아지는 만큼 지수가 ‘바닥’일 때 상품을 사는 것이 유리하다.

주가연계증권 가운데에서도 안정성을 강조한 상품을 위주로 영업력을 강화하고 있다.

KB증권, 하나금융투자, 신한금융투자는 최근 ‘3-Index Super Lizard ELS’, ‘더블리자드 ELS’, ‘지수 리자드 ELS’ 등 손실 위험성을 낮춘 ‘리자드형’ 주가연계증권 상품을 내놨다.

리자드형 상품은 도마뱀이 위험할 때 꼬리를 잘라 안전하게 피신한다는 데서 유래됐다. 조기 상환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더라도 일정 기간 이상 지수가 정해진 기준 이하로 떨어진 적이 없다면 상환받을 수 있어 안정성이 높아진다.

미래에셋대우는 강점인 해외 주식 부문을 활용해 손실 가능성을 낮춰주는 ‘아마존-엔비디아 해외 주식 지급형 글로벌 ELS’를 내놨다.

상환을 받아야 하는 시기에 일부 지수가 정해진 기준에 이르지 못하더라도 다른 상품과 달리 손실 처리가 확정되는 것이 아니라 하락률이 큰 기초자산의 해외 주식을 대신 제공해준다. 사실상 만기가 늦춰지는 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2008년 금융위기때 개인 투자자들이 주식이나 펀드로 손실을 본 직후에 어느 정도 회복을 한 사례가 있어 ‘저점’일 때 투자해야 한다는 심리가 있다”며 “하락장인 점을 감안해 증권사들이 안정성을 강조한 상품으로 투자자들의 심리를 잡으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