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교현 롯데케미칼 대표이사 사장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대규모 투자 결정으로 롯데케미칼을 더욱 키울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미뤄뒀던 해외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든든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인수합병에도 적극적 행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김교현, 신동빈 20조 투자 지원으로 롯데케미칼 판 키울 기회 잡아

▲ 김교현 롯데케미칼 대표이사 사장.


24일 업계에 따르면 김 대표는 신 회장의 ‘롯데그룹 50조 원 대규모 투자안’에 발맞춰 롯데케미칼의 외형 성장을 이룰 중장기 계획을 짤 것으로 보인다.  

신 회장은 50조 원 가운데 40%(20조 원)를 롯데그룹의 화학·건설 부문에 쓰기로 했다. 

롯데케미칼이 계열사 가운데 롯데그룹 실적에 가장 기여도가 높은 만큼 가장 많은 투자금이 할당됐다. 롯데케미칼은 EBITDA(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 기준으로 롯데그룹 기여도(지난해 기준)가 54%에 이른다.

이번 중장기 계획을 설계하는 일은 2019년 3월에 임기가 끝나는 김 대표에게 중요한 작업이 될 것이란 말이 나온다.

연말 임원인사를 고려한다면 김 대표가 20조 원의 자금을 바탕으로 롯데케미칼의 미래 청사진을 어떻게 제시하느냐가 그의 재신임에도 영향을 미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번 롯데그룹의 대규모 투자안에 인도네시아 반텐주 나프타분해시설(NCC) 건설 계획이 포함됐다는 점은 동남아시아 전문가인 김 대표에게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가 말레이시아 화학회사인 LC타이탄 인수와 성장을 이끈 일등공신으로 평가받아 LC타이탄 대표이사까지 올랐던 만큼 인도네시아의 신사업을 완성하는 과제가 연임과 함께 주어질 가능성이 높다.

롯데케미칼은 LC타이탄을 통해 인도네시아 반텐주에 나프타분해시설을 포함한 대규모 화학단지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초 착공이 예정됐지만 2월 신 회장이 구속되면서 기초설계 단계에서 투자가 멈춰있었다.

신 회장이 자리를 비운 동안 황각규 롯데그룹 부회장이 인도네시아 대통령을 만나 롯데 현지사업을 논의하는 등 그룹 차원에서 공장 건설을 위한 밑그림을 꾸준히 그려온 만큼 인도네시아 사업은 무리 없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인도네시아 반텐주 대규모 화학단지 조성사업에 대한 검토는 끝난 상황”이라며 “조 단위 투자인 만큼 최고경영자의 결정만 남았던 일”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가 롯데케미칼 화학제품을 다양화하기 위해 인수합병(M&A)에 적극적 행보를 보일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번 화학·건설부문에 내려진 굵직한 투자 방향에는 고부가가치 제품의 비중을 확대한다는 계획이 명시돼있다. 

새 화학제품을 연구·개발하고 관련 생산설비를 짓는 데에는 아무래도 오랜 시간이 걸린다. 김 대표는 롯데케미칼에 배당될 대규모 자금을 바탕으로 '좋은 매물'을 인수합병해 외형을 키울 가능성이 높다.

롯데케미칼은 인수합병 DNA를 지닌 회사다. 호남석유화학이 모태인데 현대석유화학, 케이피케미칼, 말레이시아 최대 석유회사인 LC타이탄의 인수 등을 통해 성장해왔다. 

최근 몇 년 동안 인수합병이 없었지만 김 대표는 넉넉한 자금을 바탕으로 다시 시동을 걸 수 있게 됐다.

2016년 신 회장의 검찰수사 때문에 미국 화학기업 엑시올 인수가 엎어졌던 일은 롯데케미칼에 뼈아픈 경험으로 꼽힌다. 

롯데케미칼은 엑시올을 인수해 기존 올레핀 및 아로마틱 사업에 더해 가성소다, 염소, 폴리염화비닐(PVC)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려고 했었다.

2017년에는 싱가포르 주롱아로마틱스(JAC)의 인수전에 뛰어들었지만 엑손모빌에 밀리면서 우선협상자에서 탈락하기도 했다.

롯데케미칼은 파라자일렌(PX)와 벤젠 등 주롱아로마틱스의 주요 제품에 관심을 보였지만 제시한 인수가격이 낮아 고배를 마셨다. [비즈니스포스트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