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수 LG화학 부회장이 그룹 계열사 가운데 처음으로 구광모 LG그룹 회장에게 사업을 보고한다.

LG그룹은 해마다 두 차례 사업보고회를 여는데 29일 시작되는 하반기 사업보고회의 첫 주자로 LG화학이 선다.
 
박진수, 구광모 사업보고회에 LG화학 성장동력으로 무얼 담을까

▲ 박진수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


22일 업계에 따르면 박 부회장은 LG화학이 석유화학기업을 넘어 전지사업, 생명과학사업 등 LG그룹의 미래 먹거리를 창출하는 핵심 계열사로 키우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구 회장은 첫 사업보고회에서 ‘단기 성과’보다 ‘장기 성장전략’을 위주로 준비를 해달라 당부한 것으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부회장은 LG화학의 성장동력으로 안착한 배터리사업의 진행 상황을 보고하고 중장기 목표를 설명하는 한편 또 다른 성장동력을 구 회장에게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LG화학은 장기 성장 전략으로 오랫동안 준비해온 배터리사업에서 올해 4분기에 흑자전환을 바라볼 만큼 가시적 성과를 거두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중요한 기로에 서있다고 볼 수 있다. 

전기차시장이 이제 개화하고 있는 데다 2020년 중국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정책이 폐지되는 호재에 맞춰 배터리 생산업체들이 생산량이나 기술력 등을 확보하기 위한 고삐를 바짝 죄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전기차 배터리시장은 중국의 CATL 등이 가장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중국의 전기차 배터리시장 비중이 세계시장의 절반이 넘는 가운데 중국 정부의 보조금정책으로 중국 배터리업체들이 유리한 위치에 있다.

하지만 2020년이 지나고 나면 중국 정부가 중국 업체에 지원하는 전기차 배터리 보조금이 사라지는 만큼 전세계 배터리업체들은 동일선상에 서게 된다.

이에 따라 LG화학은 2020년 이후에 중국 시장 진입을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 부회장이 중국 시안에 있는 배터리 1공장이 모자라 2조2500억 원을 추가로 투자해 난징에 배터리 2공장을 지으려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박 부회장은 생산능력 확대가 필요한 시점에 정확히 맞춰 공장 증설이 이뤄져야 하는 만큼 구 회장에게 투자가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그룹 차원의 지속적 관심을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LG화학은 10월 난징 공장 착공에 들어가 2019년 10월에는 상업 생산을 시작하고 2023년까지 연간 32GWh(기가와트시) 규모의 생산능력을 갖춰나간다는 계획을 세웠다.

박 부회장은 성장이 더딘 바이오사업과 관련해 보완책을 사업보고서에 담을 가능성이 높다.

박 부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2017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바이오 성장 전략을 차질 없이 실행하고 에너지·물 및 무기소재 분야 신사업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육성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아직 바이오사업과 에너지·물 및 무기소재분야 신사업은 모두 성과는 미미해 보인다. 

LG화학은 2016년 엘지생명과학을 흡수합병한 뒤 신약 개발 투자를 확대해 레드 바이오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상반기 바이오부문 매출 비중은 2.1%로 지난해 수준이다. 레드바이오는 의약바이오사업을 말한다.

박 부회장은 올해 초에 2020년 매출을 2017년 매출과 비교해 10조 원 이상 늘리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절반은 배터리사업에서, 나머지는 에너지·물·바이오·소재 등 사업의 고도화로 올릴 것이라는 복안을 마련했다. 

지금과 같은 추세로는 에너지·물·바이오·소재사업에서 5조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것은 어려워 보이는 만큼 박 부회장은 이를 구체화하기 위한 방안을 사업보고회에서 밝힐 수도 있다. 

올해 상반기 LG화학은 석유화학부문과 전지부문을 제외한 에너지·물·바이오·소재 사업 등에서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오히려 540억 원 줄어들었다. 

박 부회장은 대규모 투자가 결정된 석유화학사업과 관련해서는 올해 국내 화학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글로벌 톱10'에 선정될 정도로 성과를 인정받은 만큼 성장 추세를 이어가기 위한 전략과 실행방안을 보고할 것으로 전망된다.

LG화학은 지난 7월 미국화학학회(ACS)가 발행하는 전문잡지 ‘C&EN(케미칼 엔지니어링 뉴스)’가 집계하는 세계 화학기업 순위에서 10위를 차지해 국내 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톱10’에 진입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현정 기자]